지난해 근로자 수 200명인 충남 A사 파업 때는 파업참가자 수가 1200명에 달했다.
노동단체 회원 1000명이 ‘지원’ 에 나선 까닭이다. 노조는 결국 임금 인상 등 모든 요구를 관철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우리 회사 가동이 중단되면 현대자동차까지 영향을 받게 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항복했다”고 말했다.

울산의 화섬업체 B사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던 중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수백억원. 이 회사의 임원은 “파업반대 의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자 불법 파업을 한 것”이라며 “몇 백명이 여러 날 회사를 점거했지만 구속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국경총 김영배 전무는 우리의 노사관계를 지배하는 논리를 ‘정글법칙’ 이라고 표현했다. “왜 한국의 노조는 투쟁을 원하고 회사는 협력을 원하는지 아십니까? 사자(노조)와 늑대(회사)가 먹이를 놓고 싸우면 힘없는 늑대가 항복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

불법과 폭력, 무질서가 판치는 한국의 노사관계. 80년대 중반 민주화 열기에 편승해 시작된 이같은 왜곡된 상황을 외국인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평가한 한국의 노사관계 수준은 49개국 중 46위. 인도네시아·콜롬비아·체코·브라질보다 밑인 등위다. 한국보다 더 순위가 낮은 나라는 폴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프랑스로, 모두가 만성 파업으로 신문 국제면 단골손님들이다.

한국의 노사관계가 이토록 왜곡된 데는 힘만을 앞세우는 노조, 평소 노사협력에 소극적인 회사 탓도 있지만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입으로는 엄정한 법 집행을 외치면서도 ‘밀실타협’ 에 골몰하는 정부의 탓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OECD가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서만은 난색을 표합니다. 노조는 호전적이고 법을 무시하고, 회사는 노조에 대해 업무방해혐의로 고발을 남발한다는 게 그들의 시각입니다. 현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문제 해결에는 못 미치죠. 정부가 다시 나서야 할 때라고 봅니다. ” 양수길 전 OECD대사의 지적이다.

전경련은 최근 발간한 ‘주요국의 노동개혁 사례와 시사점’ 이라는 리포트에서 한국의 문제점을 불법파업을 벌여도 처벌받지 않는 ‘불법 유발구조’ 무노동무임금 관행의 미정착 등 2가지를 꼽았다. 모두 정부의 잘못을 질책하는 내용들이다.

석탄노조와의 1년을 넘는 대결 끝에 영국병을 치유한 영국의 대처 전 수상, 시장원리에 의한 구조조정과 법치주의 확립으로 10년 장기 호황을 이끈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 수상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합의를 이끌어내는 독일…. 반면 한국은 노동계에 많은 선물을 안기고도 매년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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