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 노동자들이 현대제철 원청을 상대로 낸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에서 지방노동위원회가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노동쟁의라기 보기 어려워 조정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측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교섭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이번 지노위 결정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노위 판정과 상충되는 탓에 노동위원회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지노위·중노위 상이한 판단 반복, 혼란 야기”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10일 지회가 현대제철 원청을 상대로 낸 쟁의조정신청 사건에서 “이 사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2조5호에 의한 노동쟁의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금속노조와 현대제철은 사업장 내 수급인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의 유지·증진을 위해 성실히 협의할 것을 권고한다”고 주문했다.

충남지노위는 결정문에서 “이 노동쟁의 조정신청은 노조법상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노동쟁의라고 보기 어려워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금속노조가 ‘노동안전 등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하는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는 현대제철이 하청 사업주와 함께 성실히 협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즉각 반발했다. 충남지부 관계자는 “성실한 ‘협의’를 하라고 권고한 것은 강제성 없는 주문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 법률대리인 이두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조법상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노동쟁의라기 보기 어려워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본 부분과 산업안전보건 의제와 관련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현대제철이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는 부분이 상충되기 때문에 결정문 안에서도 모순이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충남지노위 관계자는 “당사자 간 노동쟁의라고 (지노위에서)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용자성을 부정한 것인지에 대해 묻자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사용자성을 부정한 것이라면 지노위와 중노위 간 같은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노동위원회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정”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사건처럼 교섭권은 인정되지만 쟁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중노위가 개별사건이나 개별위원에게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하더라도 기관 대 기관으로는 일정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텐데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지노위-중노위간 판단이 상충되는 일이 반복돼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중노위 판정과 상충된 판단 내놓더니

금속노조 충남지부
금속노조 충남지부

충남지노위는 지난해에도 중노위 판정을 거스르는 판단을 내려 논란이 됐다. 중노위는 지난해 3월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한해 현대제철 원청이 하청과 중첩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고 공동으로 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회가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같은해 8월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충남지노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조정대상이 아니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을 진행하라고 판단했다. 지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원청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교섭요구 사실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냈다.

충남지노위는 현대제철과 사내하청 노동자 사이에 명시적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도 성립됐다고 보기 어려워 노조법상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현대제철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본 중노위 판정을 사실상 거스른 것이다. 지회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했다. 중노위도 기각 결정을 했지만 판단 근거는 충남지노위와 달랐다.

중노위는 지난해 12월7일 앞선 ‘부당노동행위 판정’과 마찬가지로 현대제철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해 지회의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봤다. 또한 하청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이행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현대제철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이행을 위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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