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시민정치 네트워크인 새로운진보에서 활동하던 당직자 60여명이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새로운 시민참여형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며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세웅 기자>

정의당의 균열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창당을 결의했지만, 지난 7일 시민정치 네트워크인 새로운진보에서 활동하던 전·현직 당직자 60여명이 탈당했다. ‘새로운 시민참여형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이유다. 균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 해체 이후 재창당을 주장해 온 당내 의견그룹 세 번째 권력과 당 지도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수면에 올라온 예견된 쪼개짐

쪼개짐은 예견됐다. 정의당은 지난달 24일 전국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노동·녹색·제3지대를 포괄하는 재창당을 결의하고 다음날인 25일 이정미 대표가 이를 발표했지만, 그 이전부터 파열음이 났다.

첫 번째 파열음은 지난 2월부터 재창당 방향을 논의했던 재창당 추진위원회에서 나왔다. 새로운진보에서 활동하는 임명희 전 강원도당 위원장이 전국위원회가 열리기 불과 일주일 전에 재창당 추진위원회 위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재창당과 관련 논의가 당지도부 입장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활동가·엘리트 중심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하는 진보정치를 추구하는 새로운진보측은, 진보정치가 낡았으니 정의당을 해산하고 재창당하자는 세 번째 권력과도 갈등했다.

두 번째 파열음은 지난달 25일 이정미 대표의 혁신재창당 설명 기자간담회 직후 나왔다. 당시 이 대표는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함께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금 전 의원과 교류하고 있는 세 번째 권력쪽은 반발했다. 조성주 공동운영위원장은 이 대표가 재창당의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 밖으로 다양한 세력들과 의논과 고민을 모색해야 하는데, 통합의 대상과 연대 대상에 선을 그었다며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재창당 과정도 순탄치 않을 듯
‘당지도부-세 번째 권력’ 갈등 점화

새로운진보측의 탈당을 놓고 당내에서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분위기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지난 9월 천호선 전 대표의 탈당 이후 이어져 왔던 탈당 움직임이 마무리된 것”이라며 “다른 의견그룹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재창당 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봤다. 정의당은 이달부터 재창당 방향을 토론한 뒤 10월 초 당대회를 열고 신당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조성주 공동운영위원장도 “당내에서 토론과 논쟁을 하고, 당 밖에서는 고민에 동조하는 새로운 분들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자강론’을 중심을 두고 있는 당지도부와, 보다 폭넓은 연대와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세 번째 권력과의 이견 때문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전국위원회에서 합의한 것은 재창당에 부정적이던 지도부의 기조를 재창당으로 방향을 틀어놓은 것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향후 신당 추진을 위해 대표 산하에 꾸려질 신당 추진 사업단이 통합과 연대 대상을 만나며 당의 사회 비전 등을 다듬는데 앞으로 당내 최대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진보는 ‘천호선 신당?’
10일 정당개혁 토론회 개최

새로운진보는 정의당의 비례의원 총사퇴 권고 당원투표를 이끌었던 정호진 전 수석대변인과 위선희 전 대변인, 임명희·임성대 전 강원도당위원장과 이형린 전 충북도당위원장, 송치용·정혜연 전 부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함께 탈당한 사람은 200여명이다.

주목받는 점은 초대 정의당 대표였던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의 합류다. 천호선 이사는 지난해 9월 “(당내에서) 같은 가치, 다른 의견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며 정의당을 탈당했다. 당시 그는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고 성장시키려는 노력은 정당 울타리를 넘어 계속될 것”이라며 “앞장서 나설 일은 없겠지만 방해되지 않는다면 멀리서 거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선 신당’이란 시선과 함께 타 정당과의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천 이사는 노무현 전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참여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과 의전비서관, 대변인을 모두 지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함께 일했고, 민주당 정치인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유시민 작가와도 진보정당에서 함께했다. 유 작가는 천 이사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은평구을에 출마할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새로운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다른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 전 수석대변인은 “천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는 건 아니다. 실무를 맡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은 대외 접촉이 없는 상황”이라며 “10일 예정된 정당개혁 토론회를 기점으로 목소리를 내며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진보는 10일 국회에서 정당개혁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천호선 이사, 하상응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 김상균 열린민주당 대표, 정호진 전 수석대변인이 함께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