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옷 입고 계단에 선 사람들이 조속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말했다. 내내 쏟아지던 비가 끝내 퍼부었다. 종이로 만든 구호 팻말은 젖어 구겨졌다. 형태 없이 찢어졌다. 비 소식에 사람들은 물에 젖지 않는 방수 신발을, 등산복 브랜드의 그럴듯한 우비를 챙기기도 했는데, 헛일이 됐다. 찔꺽찔꺽, 물이 빠지지도 않는 신발 속에서 발이 퉁퉁 불어갔다. 방수 우비 안쪽에선 땀이 샘물처럼 솟아 흘렀다. 보려고 쓴 안경은 눈가리개가 됐다.

일하는 사람들에 우산이 되겠다고 나선 노조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속절없이 젖었다. 시련이다. 장마, 전선이 또렷했다. 지난 1년이 내내 장맛비 속 같았다고 말하던 사람들은 총파업을, 심판투쟁을 예고했다. 여기저기 물 빠짐 구멍이 꽉 막혀 아래로 아래로 흘러 모인 빗물이 낮은 곳 사는 이들 턱밑에 차오른다. 숨이 턱 막히는 폭염이 뒤따른다. 2023년 장마, 폭압에 맞선 싸움을 선언한 사람들이 폭우 속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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