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동물 중에 인간만이 자아를 성취하고, 더 나아가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이는 직업(노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직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유일한 ‘나’만의 역할이 직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직업인이다. 인간이라면 평생 ‘잡(자아)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40년 경력의 직업전문가가 8회에 걸쳐 잡 디자인을 위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편집자>

이연복 협동조합 더나은내일 이사장
▲이연복 협동조합 더나은내일 이사장

우리 인류의 최초 직업이 사냥꾼과 매춘부라 한다. 농경사회 이전의 수렵·채집 사회에서 사냥꾼은 신체적 조건이나 도구의 사용, 동물의 습성 등을 익힌 전문가로서 건장한 남성들의 직업이었다. 매춘부는 가족과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물품을 얻으려는 행위가 직업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후 농경사회와 산업화 사회로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급증하고 직업의 세분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식을 습득한 일부를 제외한 구성원들은 가업을 이어 가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일자리 여건에 따라 직업을 얻어 직업 선택의 기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시절은 직업의 의미(경제·사회·심리) 중 경제적 의미로 매슬로의 욕구 5단계와 연계한다면 1단계와 2단계 수준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표 참조>

이어 산업 고도화, 지식·정보 대중화, 문명사회 발전으로 직업은 더욱 세분화·전문화됐다. 이로 인해 직업수가 미국의 경우 3만5천여개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1만6천891개(2019년 한국직업사전 5판)로 50년 전(3천260개, 1969년 1판)보다 1만3천631개, 7년 전(1만1천655개, 2012년 4판)보다 5천236개 증가했다.

설사 무어의 법칙이 깨진다 해도 기술발전은 계속될 것이고 스스로 학습하는 AI의 탄생으로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필연적인 산업사회에서 직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급변한다는 예측은 가능하다. 이렇게 급변하고 세분화·전문화해 가는 산업사회에서 직업이 아닌 직장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2021년도 직업 선택 요인(통계청 사회조사)을 보면, 수입(38.7%), 안정성(33.4%), 적성과 흥미(13.8%) 순으로 조사됐다. 20년 전(2002년)보다 수입 항목은 17.2% 증가했고 다른 항목은 감소했다. 이는 우리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화에 따라 직업이 아닌 직장을 선택하는 현상이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직업을 통해서만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경제적·사회적 의미를 넘어 심리적 의미의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의 완성을 넘어 타인·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자기 초월 욕구를 실현할 꿈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아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나는 누구인지” “제일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지”…. 그리고 각종 검사 도구(직업적성, 성격, 흥미, 가치관, MBTI 등)를 활용해서 자신을 알아 가고 주위 사람들의 의견(자신에 대한 평가)도 참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 목록을 만들고 그 직업들을 탐색(직무, 고용동향, 관련 분야, 기술과의 연계 등)해 타협 과정을 거친다. 탐색과 타협 과정에서 선택한 직업으로 고용시장에 진입해 10년, 2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보고 위대한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A computer on every desk and in every home(모든 책상과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 보급하겠다는 빌 게이츠의 MS 비전과 같이.

이러한 행위를 한순간에만 하고 기억에 의존하려는 오만을 버리고 수시로 행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체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꿈의 노트’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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