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오고 있다. 냉방장치 없이 무더위에 일하는 노동자의 고통도 어느 때보다 빨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강도 높은 심야 노동이 이뤄지는 현장이 위험하다. 쿠팡 물류센터 ‘폭염 산재’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 문은영(변호사, 법률사무소 문율)
▲ 문은영(변호사, 법률사무소 문율)

더워진 지구로 인해 여름은 폭염의 계절이다. 올해도 이 폭염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생존할 수 있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상품들을 쌓아둔 쿠팡 물류센터에는 이 폭염을 식혀 줄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없어 찜통인 그 속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여름내 뛰어다니면서 몸이 녹아내릴 것이다.

지난해 7월 열린 쿠팡 물류센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물류센터 내부는 36도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고 실제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동탄 물류센터에서만 3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온열질환을 호소하며 119 신고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에서 물류센터 폭염 대책으로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자, 쿠팡에서는 에어컨이 아닌 냉방장치를 설치했다. 쿠팡은 물류센터 구조상 에어컨 설치가 어려우며 이는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여전히 에어컨 등 제대로 된 냉방시설을 설치할 계획도 의지도 없는 상태이다. 기업이 이렇게 무대책으로 버틸 수 있는 건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기업 운영방식을 계속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 것일까.

우리는 온라인 주문 다음 날 집 앞에서 물건을 받아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쿠팡은 기존의 물류 보관과 유통을 결합해 빠른 배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로켓배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쌓아두는 물류센터에 노동자가 상주하면서 주문 즉시 제품 분류, 포장, 출하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많은 노동자가 물류센터에 상주해도 쿠팡의 물류센터는 건축법상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창고시설’이다. 그래서 냉·난방시설이나 소방시설에 대한 규제가 없거나 대단히 완화돼 있다. 노동자들을 보호할 법·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현실이 답답하다.

헌법 32조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2023년 대한민국의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섭씨 36도가 넘는 작업장에서 소금꽃을 피워가며 일해도 에어컨 바람 한 번 쐬기가 어렵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폭염 상황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일부를 개정했는데 근본대책으로 보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상주하는 쿠팡 물류센터와 같은 곳을 창고시설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회사는 물류센터의 구조상 에어컨 등의 냉방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고 현재 기준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회사의 주장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우선 냉동식품 보관을 위해 지어진 쿠팡의 신선센터가 있어 기술상 물류센터에 냉방시설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2021년 건설 중이던 이베이센터에도 에어컨이 설치되고 있었다.

쿠팡이 벤치마킹 했다는 아마존을 보자. 2011년 펜실베니아 지역신문 <모닝콜>에서 “창고에 에어컨 설치하는 비용보다 앰뷸런스를 이용하는 비용이 더 싸다는 것을 판단한 경영진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여름에 직원이 쓰러질 때마다 앰뷸런스로 병원에 실어 보냈고,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창고 밖에서 구급차와 일정 대체인력을 대기시켰다”는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현장 고발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다. 그러자 2012년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는 약 590억원을 들여 아마존 물류창고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다. 물류센터에 에어컨 설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비용이 문제였다.

유통구조 변화로 기업은 이윤을 취득하고 사회 구성원들은 그 편익을 누리고 있다. 이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근로계약상 노동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가 있는데도 쿠팡은 그 의무의 기본인 적정한 온도에서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이 현실을 방치하면 안 된다. 물류센터 내부 온도가 일정온도 올라가면 즉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도입되고, 휴게시간이 의무화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상주하는 작업환경은 더 이상 창고가 아니므로 에어컨 등의 적절한 냉방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이윤 이전에 인간의 존엄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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