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소리는 종종 멀리 나아가질 못해 가슴에 녹슨 못으로 남는다. 쿡쿡 찔린 상처가 곪아 간다. 억울함과 분노를 품은 말들이 더욱 그렇다. 확성기가 필요한 이유다. 기자회견이, 1인 시위가, 집회와 파업 같은 단체행동이 모두 크게 말하기다. 그도 부족해 사람들은 굶고, 노숙하고, 바닥을 기는 행동으로 확성한다. 망루를 쌓아 높이 올라 농성하고서야 비로소 목소리가 높았다. 사람이 모였다. 단신 기사가 인터넷에 돌았다. 제 몸에 불을 놓고서야 유서로 남긴 말이 정치권 힘 있는 사람들 담벼락을 넘었다. 참담한 마음에 주먹 꼭 쥔 사람들이 그 말을 되뇌며 길에 나섰다. 함성이 높았다. 그러나 말은 끝내 폴리스라인을 넘지 못했다. 곤봉 세례에 피가 튀었다. 뒷수갑을 찼다. 교통 방해가 이유였다. 불법집회 엄단 목소리가 내내 높았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뒤따랐다. 광장은 닫혔다. 세심한 손길 아래 거기 잔디가 더없이 푸르렀다. 1등을 자처하는 신문과 영상 조회수를 자랑하는 유튜버가 죽음을, 눈 붉은 사람들 더운 눈물과 다짐의 말들을 비꼬았다. 조롱했다. 사과하는 이가, 책임지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오늘 또 모여 행진한다. 내일 더 큰 목소리를 예고한다. 확성기 짊어지고 언젠가 큰 목소리가 경찰 차벽을, 최루액 물대포를 넘었던 세종대로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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