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이 지난 9일 일본 덴소 본사를 찾아 고용안정협약 위반에 항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와이퍼분회>
▲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이 지난 9일 일본 덴소 본사를 찾아 고용안정협약 위반에 항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와이퍼분회>

한국와이퍼가 청산을 선언한 뒤 국내 다른 공장에서 노조 몰래 와이퍼 부품을 만들어 현대차에 납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와이퍼 제품을 덴소코리아를 통해 납품받는 현대자동차가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한국와이퍼 노사는 2021년 고용안정협약에서 대체생산 체계를 마련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덴소코리아·덴소와이퍼도 연대책임자로 서명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한국와이퍼 대체생산 사실을 인정하면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15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현대차가 작성한 답변서에 따르면 덴소코리아가 지난해 8월 현대차 공장에 납품하는 한국와이퍼 제품 생산중지 결정을 내린 뒤에도 덴소코리아는 현대차에 계약상 차질 없이 물량을 납품했다. 현대차는 “덴소코리아 암·블레이드는 (한국와이퍼 매각처인) 디와이오토의 자회사인 HST에서 도장하고 덴소의 협력사인 창원 엘소에서 최종 조립 후 덴소코리아에 납품되고 있다”고 밝혔다. 덴소코리아가 경영 악화로 한국와이퍼 청산 결정을 하고선 국내 다른 공장에서 같은 부품을 생산해 납품한 것이다.

한국와이퍼는 세계 2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일본 기업 덴소가 100% 출자한 회사다. 덴소는 한국계열사인 덴소코리아(한국사업부 총괄·와이퍼부문 영업권)와 덴소와이퍼시스템(와이퍼부문 생산·납품)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와이퍼는 덴소코리아가 만든 모터, 협력사 EHE가 만든 링케이지, 한국와이퍼가 만든 암·블레이드를 조립해 덴소코리아를 통해 현대차·기아에 부품을 납품했다.

지난해 7월7일 한국와이퍼가 회사 청산계획을 밝힌 뒤 덴소코리아는 같은해 8월31일자로 한국와이퍼에 27개 품번에 대한 생산을 중지했다.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분회장 최윤미)는 경남 창원 엘소에서 와이퍼 최종 조립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대체생산 의혹을 제기해 왔다. 지난해 12월20일 고용노동부-덴소코리아-금속노조·한국와이퍼분회 간담회 자리에서 덴소코리아측은 국내 대체생산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국외 대체생산에 대해서는 인정한 바 있다. 매각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탓에 디와이오토에서 한국와이퍼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대체하기 어려워 덴소와이퍼와 관계사에서 대체생산하고 있다고 덴소코리아측이 시인한 것이다. <본지 2023년 6월5일자 8면 “청산 선언 한국와이퍼, 생산은 다른 곳에서 몰래?” 참조>

현대차가 대체생산을 인정한 답변서는 법정에서 한국와이퍼가 단협을 위반했다는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와이퍼분회는 지난 2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한국와이퍼와 덴소코리아를 상대로 단협위반 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와이퍼 노사는 2021년 고용안정협약서를 통해 회사가 대체생산 체계를 일방적으로 구축할 수 없다고 합의했다. 해당 협약은 덴소코리아·덴소와이퍼도 연대책임자로 보증했다.

현대차는 한국와이퍼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공문을 덴소코리아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현대차 면담 자리에서 이러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는 김동욱 부사장 등 관련 부서 임원진이 참여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문제 해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덴소방지법’이라 불리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발의와 덴소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추진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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