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9일 오후 서초역 6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을 강제해산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 경찰이 9일 오후 서초역 6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을 강제해산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경찰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법원 앞 문화제를 또 강제해산했다.  참가자들이 다칠 위험이 있는 이른바 ‘토끼몰이’ 진압방식을 사용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9일 오후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를 개최했다. 경찰은 이번에도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강제해산에  나섰다.  집회 참가자들의 퇴로를 모두 막는 ‘토끼몰이식’ 진압을 해 참가자 2명이 다쳤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강제해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9일 오후 9시20분 수년간 대법원 앞에서 진행해 온 문화제를 미신고 집회라고 주장하며 다시한번 강제해산했다. 퇴로를 모두 막는 일명 ‘토끼몰이’ 진압 과정에서 참가자 중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문화제는 한국GM·아사히글라스·한국도로공사·현대기아차 등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대법원 선고가 지연되는 것을 비판하고 서둘러 판결해 줄 것을 촉구하며 지난 2020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스무 차례 넘게 진행해 온 문화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5조에 따라 예술에 관한 집회는 신고 의무가 없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20분부터 서울지하철 서초역 6번 출구 인근 반포대로 건널목에서 ‘비정규직 이제 그만’ ‘진짜 사장 책임져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차도를 향해 펼쳐보이는 상징의식을 두 차례 진행했다. 오후 7시부터 17개 문예팀의참가가 예정된 문화제를 열었다. 서초경찰서 경비과장과 서초경찰서장 명의로 “미신고 집회로 집시법 위반”이라며 해산을 명령하는 방송이 문화제 시작 직후부터 계속됐다. 오후 9시께 경찰은 문화제가 진행되던 인도 양 옆을 기준으로 펜스를 치고 입구부터 경력을 배치했다. 오후 9시20분부터 수백여명의 경찰이 문화제 대열 안으로 진입해 60여명의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팔과 다리를 잡아 150미터 밖 서초역 3번 출구까지 강제로 옮겼다. 문화제에 참가한 예술노동자들은 “미술인, 영화인, 연극인들이 모두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찰이 마이크를 빼앗고 문화제를 해산시켰다”며 “경찰은 무슨 근거로 예술을 판단하고  문화제를 막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경찰에 의해 강제로 행사장 밖으로 들려 나간 김경학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장은 “불법파견 판결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1인 시위와 문화제를 했는데 이를 이유로 범죄자 취급 당하고 이격돼 모멸감을 느꼈다”며 “이 문화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이미 판례로 정립됐지만 자본만 다른 불법파견 판결을 기다리는 비정규직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밤 11시께부터 서초역 3번출구 인근에서 문화제를 이어간 뒤 노숙농성을 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9일 오후 서초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9일 오후 서초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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