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세웅 기자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시설 이용자인 노인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복지사들은 묻어두고 가자고 합니다. 일하는 직원이 당했어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은 편하게 군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니 좋게 넘어가자는데, 군인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사회복무요원노조에 접수된 사례)

이같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회복무요원이 10명 중 6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무요원노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직장갑질119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사회복무요원 복무환경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전태일재단이 후원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사회복무요원 350명(현직 327명, 소집해제자 23명)을 대상으로 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 적용하고
분리조치 법제화해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4.0%는 복무 중 괴롭힘에 노출됐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의 직장내 괴롭힘 경험 비율(30.1%)의 두 배가 넘는다.

유형별로는 부당한 업무지시가 48.9%(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폭행·폭언(44.0%), 모욕·성희롱·명예훼손(33.7%), 따돌림·차별(31.1%), 부당대우(30.6%)가 뒤를 이었다. 부당대우 사례로 연차·병가 불허나 CCTV 감시 등이 포함됐다.

괴롭힘을 경험한 사회복무요원 28%는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평균(10.6%)의 두 배가 넘는다. 상담 진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59.1%로 직장인 평균(34.9%)보다 높았다. 괴롭힘 피해 응답자 52%(복수응답)가 복무 의욕 저하 등으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우울증·불면증 등 정신적인 건강 악화(48.9%)를 경험했다.

괴롭힘 피해를 호소한 사회복무요원 중 70.2%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39.9%), 향후 복무기간 동안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5.4%) 제대로 된 해결 절차나 제도가 없어서(18.4%)라는 이유다.

사회복무요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노조는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2021년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이 있다. 사회복무요원에도 직장내 괴롭힘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법안소위로 회부된 뒤 논의된 적은 없다.

실질적인 복무기관 변경 조치도 요구한다.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가해자와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 설문에 따르면 재지정 신청을 한 사람 85명 중 25명(29%)만이 복무기관 재지정을 받았다. 정원 문제로 복무기관이 변경되지 않거나(27명, 31.7%) 복무기관장 허가를 받지 못해 신청 자체가 거부됐고(25명, 29.4%), 신청은 했지만 지방병무청장에 의해 거부됐다(8명, 8.4%).

병무청 조사와는 다른 수치다. 병무청에 따르면 2021년 3~7월 재지정 신청과 인정 수는 각각 610건, 558건이다. 변경률은 91%다. 하은성 노조 사무처장은 “재지정 신청을 복무기관장이 무시해서 보고하지 않은 것을 제외한 수치”라며 “이 문제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전태일재단과 석식비 지원 협약 체결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손잡고 걸어가자”

이날 전태일재단과 사회복무요원노조는 ‘풀빵나눔’ 협약을 체결했다. 전태일재단이 사회복무요원노조에 신청자에 한해 석식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6월에 신청자를 받아 7월부터 진행된다. 선발된 사람은 총 32만원을 지원받는다. 두 달 동안 하루 석식비 8천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우선 선정해 지원한다. 복무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와 최우선지원대상에 해당한다면 이를 확인할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천리길도 첫 한 걸음부터라 첫 발을 떼었다”며 “전태일재단과 함께 손잡고 걸어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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