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올해 공노총(위원장 석현정)은 ‘보수 투쟁’에 집중할 계획이다. 공무원 사회 화두인 저임금, 낮은 보수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포다. 공직사회에서 보수투쟁은 임금인상 요구 이상의 의미다. 석현정(54·사진) 위원장은 “‘공직사회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재차 강조했다.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 임용 5년 이내 일을 그만 둔 공무원 비율이 3년여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는 보도는 공직사회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경기 불황과 함께 찾아온 물가상승률에 턱없이 부족한 공무원 임금은 ‘공직’을 희망하는 청년을 바깥으로 내몬다. “적어도 먹고 살아야 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33년차 공무원인 석 위원장은 공직사회에 질문을 던졌다.

“공적연금이 제 역할해야”

- 5대 위원장에 이어 올해 6대 위원장으로 연임하게 됐다.
“(재작년 광역연맹 탈퇴 등) 조직분열을 겪으며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마음과 통합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갈등했다. 중앙집행위원회의 지지 덕에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연임에 나섰다.
첫 임기 때는 산하조직에 귀 기울이는 역할이었다면 이번 임기는 신뢰가 쌓이면서 정책과 제도개선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다. 정책연구소를 만들어 보수·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계획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 올해 사업계획의 두 축이 연금개혁과 보수투쟁이다. 공무원연금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할 문제는.
“공적연금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과 (정년퇴직 뒤) 공무원의 소득공백이 크다는 두 축의 문제다. 소득공백은 당면한 상황이고, 큰 틀에서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서 많이 개악됐다. 공무원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대신에 협의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국회와 정부, 공무원 노동계가 합의를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다.
당시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자는 약속도 있었다. 공적연금이 공무원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노후보장까지 함께해야 한다는 취지를 살리는 게 연금개혁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연금이 연급답게 가야 한다’는 거다. 국민과 공무원 사이 갈등을 만들며 국민연금이 떨어지면 공무원연금에서 가져오는 악순환이 기존에 반복해 왔다. 이 고리를 끊고 싶었다.”

“라면 한 그릇에 김밥 한 줄 못 먹는 급식비”

- 공무원의 낮은 보수가 문제라고 하지만 전체 공무원 기준소득월액(평균 월급)은 544만원으로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연히 놀랄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이기도 하다. 판사와 검사 같은 상위직 공무원, 교원을 모두 포함한 평균치다. 1990년에 9급 행정직으로 임용돼 33년 차 공무원인 내 월급의 실수령액이 500만원 정도다. 33년을 일하고 퇴직을 앞둬야 평균이 된다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8년 차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의 실수령액이 월 200만원 정도라고 하더라. 어떤 조직이든 10년 정도 근무하면 평균에 닿아야 하지 않나.”
공노총에 따르면 100명 이상 민간 사업장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지난해 82.3%로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 총지출 대비 공무원 인건비 비중도 하락 추세다. 2018년 8.3%, 2019~2021년 7%대를 오가던 인건비 비중은 지난해 6.8%를 기록했다.

- 내년도 보수로 37만7천원 정액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공무원 보수 수준을 논의하는) 보수위원회 초창기부터 정액제를 요구해 왔다. 다만 전면 정액제가 아닌 정액제와 정률제를 혼합하는 방식이었다. 20년 넘게 일한 공무원의 반발이나 이들의 손해를 걱정했다. 수년간 연구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본 끝에 정액 요구가 결코 누구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더라.”

- 급식비·초과근무수당·연가보상비·직급보조비도 정액인상을 주문했다.
“(현행 급식비인) 한 끼에 6천360원 수준으로는 라면 한 그릇에 김밥 한 줄을 못 먹는다. 오른 물가에 따라 한 끼 1만원 정도의 식대는 지급해 달라는 요구다. 초과근무수당이나 연가보상비 역시 현장에서 말이 많은 주제다. 근로기준법의 기준이 최고가 아닌 최저수준이지 않나. 적어도 이만큼은 주고 일을 시키라고 하는 얘기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을 지급하고, 공휴일에 나와서 하루 종일 일해도 하루 4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4시간치의 수당을 떼먹는 걸 (정부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 관련 사업계획은.
“7월8일에 1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7월8일, 9(구)해줘 보수’라는 구호를 외친다. 자기 삶을 지키는 보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공무원은 잘 하지 못했다. 민간노동자들은 노사교섭으로 임금을 직접 만들어 나가지만 공무원은 정부가 주는 대로 받았으니까. 올해는 보수투쟁을 통해, 보수교섭을 통해 우리 보수를 만들어 나가자는 생각이다. 나같이 묵은(웃음) 공무원은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데 올려 달라고 말하는 것이 불편했다. 내 권리라는 생각을 못한 거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데도. 정부는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먼저 올려 주지 않는다. 공무원이자 노동자인데 우리 보수에 대해 이야기 하자는 거다.”

“정부, 2020 대정부교섭 책임지고 응해야”

- 최근 2020 대정부교섭이 파행됐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마지막에 서명하러 오지 않은 것은 아무리 노조측이라고 해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교섭 내용에 대한 승인은 한참 전이었다. 실무교섭까지 추인을 마친 거고, 본교섭은 사실상 형식적인 자리다. 문제가 있으면 실무교섭에서 이야기가 나왔을 텐데 본교섭 체결식 며칠 전에 취소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정부 책임도 크다. 3년 넘는 과정 동안 교섭해 오면서 (10명 교섭위원 중) 한 사람이 몽니를 부린다고 해서 교섭을 파행한 건 책임지지 않겠다는 자세다. 9명의 교섭위원이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에게 체결권을 위임했으면 정부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인사혁신처장은 교섭에 응해야 한다.”

- 윤석열 정부 공무원 노사관계 전망은.
“공무원 노사관계를 비롯해 전체적인 노사관계가 경색 국면이라는 것은 정부의 큰 잘못이라고 본다. 도리어 노조에 힘을 실어 주는 꼴이다. 더 뭉치게 만들고, 더 단결하게 만들고, 노동자성을 더 부각하게 만들고 내부 확장에 더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

젊은 공무원들에게 “노조활동은 숨구멍”

- 젊은 공무원 이탈 문제가 그만큼 심각한가. 가장 큰 이유가 보수 문제인가.
“이직하고 싶은 사람이 50%가 넘는다는 것, 일하는 사람 절반의 마음이 떠난 조직에 미래가 있을까. 이 일이 너무 좋지는 않더라도 먹고는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경직된 문화도 문제겠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노조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보수 문제로 보고 이것부터 해결하자는 거다.”

- 이직을 고민하는 젊은 공무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후배 공무원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노동조합’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처음 공무원이 되고 나서 나도 수년간 이직을 고민하다가 후에 직장협의회, 노조활동을 거치면서 권리를 이야기하게 됐고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마음껏 숨 쉴 수 있도록, 빛을 잃지 않고 빛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 지난 1일 노동절에 ‘공무원도 노동자’라고 외쳤다.
“5월1일 노동절 휴무는 당연하다. 대부분의 지역은 기관장이 특별휴가를 지급하고 조례를 통해 쉬게 한다. 은행도 쉬는데 나와서 일해도 업무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우리는 노조도 있는데 왜 노동절에 못 쉬냐’는 이야기는 여러 단위에서 해 봐도 공감대가 큰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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