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를 겨눈 대대적 수사에 반발한 고 양회동 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분신한 뒤 노정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노조 때리기’에 몰두해 온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건설노조 노숙 집회를 계기로 ‘집회 옥죄기’로까지 나서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오름세였다. 정부가 노조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 때마다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여지없이 반복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당 지도부 내홍부터 외교 문제까지 전 영역에서 악재가 이어졌지만 ‘노조 때리기’를 통한 정치적 노림수로 지지율을 회복했다. 적어도 내년 총선까지는 이러한 기조를 유지·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의 노림수가 성공 전략으로 이어진 데에는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장 바깥으로, 더 낮은 곳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권 두 달 만에 ‘데드크로스’
화물연대 파업 대응 뒤 4주 연속 상승
“김문수 위원장 지명 뒤 대노조 강경 선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6일 기준으로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니 ‘53%’는 지난 1년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의 최고 기록이다. 취임 이후 첫 직무수행 평가에서 52%를 기록한 뒤 6월 둘째주에 53%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취임 두 달 만인 7월 첫째주에 데드크로스를 맞이했다. 부정평가(49%)가 긍정평가(37%)를 앞선 것이다.

8월에도 하락세는 계속됐다. 만 5세 취학 추진에 따른 학부모 반발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직무대행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8월 첫째주 지지율 2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소폭 상승했지만 9월 다섯째주 ‘바이든·날리면’ 논란으로 다시금 24%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그해 11월까지 30%를 밑돌던 지지율은 12월 들어 반등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2차 파업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밀어붙이기식 강경 대응이 계기가 됐다. 12월 첫째주 31%로 반등한 지지율은 12월 둘째주(33%), 12월 셋째주(36%), 2023년 1월 첫째주(37%) 4주 연속 상승했다. 특히 12월 둘째주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 이유를 보면 ‘노조 대응’이 24%로 최상위였다. 24%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노조에 대한 압박으로 13%포인트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명(2022년 9월29일)을 기점으로 정부 대응이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취임 이후부터 9월까지는 ‘탐색기’였고 별다른 대응이 없었던 데 반해, 김문수 위원장 지명 이후부터 명확한 방향성이 생겼다고 본 것이다.

정 교수는 “김문수 위원장 지명은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것이고, 정부가 강경 조치를 취하겠다는 일종의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죽음 언급 없이 ‘불법집회’ 공세만
분신사망 이후에도 상승세 계속

지지율 반등 효과를 본 윤 정부의 ‘노조 때리기’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노골화했다. 노동부 차원의 개혁 드라이브를 넘어 검경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수사당국·사정기관을 동원해 대대적 공세를 벌였다. 달라진 분위기는 사업장 단위에서도 감지된다. 현대제철·일진하이솔루스에서 경찰이 노조간부를 무더기로 연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고, 거리의 농성장 곳곳에서 강제철거가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조에 대한 공세는 올해 건설노조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건폭’으로 지칭하고 강력 단속을 주문했다.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이어진 가운데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노동절인 5월1일 분신해 이튿날 숨졌다.

주목할 점은 고 양 지대장 분신 이후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4월 넷째주 30%에서 5월 첫째주(33%)·둘째주(35%)·셋째주(37%) 3주 연속 상승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았다면 (정부가)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노정 충돌로 발생한 사건, 민주노총 투쟁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고 있지 전체 노동자의 문제로는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인식은 정부 대응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양회동 지대장 죽음에 이렇다 할 의견 표명은 하지 않은 채 건설노조 노숙집회를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다. 당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까지 공식화했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 기조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듯
중도층 확장 가능성 두고 의견 ‘분분’

‘노조 때리기’에 따른 지지율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본 만큼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내년 총선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서 벗어나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반대로 여소야대 구도가 지속되면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도 동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노조에 대한 공세가 보수층 결집을 넘어 확장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보수를 불러들이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그게 지속적이거나 중립지대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부분적 성공을 일시적으로 거뒀다고 해서 내년 총선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을 보면 확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있는 반면, 중도층을 흡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이전 정부 때 노조에 유화적이었다고 보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피로감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실제로 지지율이 반등했고, 이는 노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조돈문 대표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국민인식 조사 결과 노조에 대한 비호감도가 80%를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며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을 때는 (전통적) 지지층을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 30%대 지지율에서는 부동층을 끌어오기 위해 국가권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과 접점 넓히고 단협효력 확장 앞장서야”

‘노조 때리기’와 지지율 간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 자체가 노동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어느 정도 성공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위노조 사업장 이슈에 갇혀 투쟁과 연대가 울타리 밖으로 이어지지 못한 데 노동운동이 반성해야 할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한다.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노조활동을 적극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조돈문 대표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노조가 투쟁하는 거는 보이는데 왜 투쟁하는지는 잘 모른다”며 “시민들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하고 시민을 대신해 앞장서서 싸우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대규모 집회를 동원하는 데에만 급급하지 말고 왜 파업투쟁이 필요한지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내부의 동력도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를 경험해보지 못한 데서 반노조 정서가 확산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희 소장은 “복지도 확대에 따른 혜택을 경험하고 나서 이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달라진 만큼 노조의 혜택도 받아 봤어야 그 역할에 적극 동의하고 지지할 텐데 노조조직률이 14%밖에 안 되고 이마저 공공부문·대기업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협이 더 많은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단순히 입법청원운동이 아니라 사업장 경계를 넘어 단협효력 확장이 이뤄지는 기제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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