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깃발 올려 행진하는 사람들이 사선에 섰다. 용산 방향이다. 사선은 힘이 세다고,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고 사진 책에서 배운다. 버릇처럼 써먹는다. 언젠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청년의 이야기도 어떤 책에서 배웠다.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먼 얘기였다. 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한 사람의 이야기는 오늘 길에서 듣는다. 땡볕 아래 시커멓게 탄 사람들이 눈 붉혀가며 곱씹는 그이의 유언을 듣는다. 사실 저들 밥벌이 나선 일터가 사선이다. 죽고 다치는 일이 건설 현장에 흔했다. 온갖 불법과 탈법이 또한 많았다. 그것 바꾸자고 만든 노조를 폭력배 집단으로 몰았다. 취임 1년 맞은 대통령의 환한 얼굴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저들 행진 길에 많았다. 국민과 함께라고 거기 적혀 있었다. 정권 퇴진이라고 새긴 검은 깃발 들고 사람들이 흘러간다. 단결은 힘이 세다고 아는 사람들이 자꾸만 모여 길을 낸다. 사선을 넘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