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태 (사)함께하는아시아생명연대 대표(목사)

“태어난 것도 죄인가요?”

지난해 12월 필자가 미얀마 난민 학생 급식지원차 태국 난민학교 사하밋학교를 방문했을 때 열다섯 살의 야와도소가 내뱉은 말이다. 야와도소는 세 살 때 부모와 함께 미얀마에서 탈출해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 있는 메라 난민캠프에 3년 동안 머물렀다. 이후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resettlement program)의 일환으로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부모의 비자에 문제가 생겨 미국에서 추방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태국 난민캠프로 다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태국인과 재혼했지만 새 아버지가 알콜중독으로 가정폭력이 일상이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국가와 사회, 그리고 부모로부터 방치된 상태였다. 또래보다 3살 늦게 사하밋학교에 입학해 학교의 보호를 받고 있다. 비단 야와도소만 아니라 난민 아이들이 이 땅에서 겪어야 하는 일반적인 이야기다.

미얀마는 민주화 과정에서 군부의 탄압으로 난민들이 생겨났다. 어쩌면 우리나라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닮은꼴이다. 쿠데타로 다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는 민주인사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에게도 무차별 폭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태국 국경지역에 집중적으로 폭격을 가해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하고 있다. 폭력과 학살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명에 위협을 받는 난민들이 지금도 살윈강을 건너 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미얀마 민주화 항쟁과 난민의 이야기가 국제사회로부터 잊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에도 참여하였지만 아시아의 민주화와 난민들을 돌보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재난을 만난 나라는 국민을 보호할 국가라도 있지만, 난민들은 누구로부터 보호받아야 할까. 특히 난민의 55%를 차지하는 아이들의 최소한의 꿈만은 외면치 말아야 하지 않을까?

사하밋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백 명이 공부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넘어와 태국에 정착한 난민 2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얀마 난민 2세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있다. 난민캠프에서 소외돼 밀림에 방치돼 있던 아이들을 데려와 교육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로 9시간이나 걸리는 난민캠프와 밀림 지역으로 교통편을 보내 아이들을 데려와 기숙사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을 난민촌의 일원으로 남겨 두면 그들의 미래는 없다.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였을 경우 공공질서를 어지럽혀 사회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섬에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야와도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난민이라는 굴레를 그대로 대물림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태어난 것이 죄가 아니라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빵 한 조각은 현재의 배고픔을 달래 주는 희망이다. 교육은 난민 부모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미래의 희망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미얀마 난민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미얀마 난민 아이들 후원계좌 : 대구은행 050-08-025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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