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연차 세계총회인 국제노동대회(the 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가 6월5일부터 16일까지 IL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올해로 111차를 맞는 국제노동대회는 지속가능한 경제와 포용적 경제를 향한 정의로운 이행(just transition), 양질의 실습생제도(apprenticeships), 노동보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제를 다룬다.

국제노동대회에는 다양한 보고서가 제출되는데 그 가운데 필자가 관심을 갖고 챙겨보는 보고서는 ‘국제노동기준 적용 보고서’다. <협약과 권고의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 보고서>라는 긴 제목의 이 보고서는 ILO가 해마다 연초에 발간한다. 보고서에는 비준한 협약의 이행 및 적용과 관련해 회원국 정부가 제출한 입장이 정리돼 있다. 이 가운데 한국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내용은 ‘근로감독(labour inspection)’ 협약 81호(1947년 채택) 적용에 관한 것이다.

‘국제노동기준 적용 보고서’에서 ‘협약과 권고의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ILO전문가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근로감독 협약 81호의 이행 및 적용과 관련해 근로감독관의 지위 및 근로조건, 그리고 불시방문 문제를 지적했다.

근로감독관의 지위 및 근로조건은 협약 81호 6조, 10조, 16조에 명시돼 있다. 6조는 근로감독관의 공무원 지위와 고용안정 보장을 강조하고 정권 교체 및 외부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10조는 근로감독관의 임무 수행을 위해 사업장수를 적절하게 조정할 것과 감독에 필요한 수단과 조건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6조는 관련 법조항의 효과적 적용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장을 자주 그리고 철저하게 감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ILO전문가위원회는 사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근로감독관수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난 몇 년 동안 주목해 왔음을 지적했다. 근로감독관 부족은 근로감독관이 주 12시간 이상의 초과근로에 노출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위원회의 의견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 정부는 근로감독관을 대거 증원했다고 보고했다.

한국 정부가 ILO전문가위원회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천694명이던 근로감독관은 2019년에 2천894명(근로기준 2천213명과 안전보건 681명)으로 늘어났다. 3년 사이에 근로감독관이 70.8%나 증원된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 정부는 2021년에 근로감독관이 3천명을 넘어 3천122명으로 늘어났으며, 계속 증원 중에 있다고 위원회에 보고했다.

노동자수 대비 근로감독관수와 관련해 ILO가 권장하는 기준은 한국과 같은 산업국(industrial countries)의 경우 노동자 1만명당 근로감독관 1명이다. 한국의 노동자가 2천500만명 안팎 규모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근로감독관수는 ILO가 권장하는 기준을 훨씬 넘어선다. 필자가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 한국은 노동자수 대비 근로감독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은 나라의 하나에 속한다.

문재인 정권 때 근로감독관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20년 한국 근로감독관의 주당 초과근로는 18.71시간으로, 2016년과 비교하여 3.72시간(16.6%) 감소했다고 한국 정부는 ILO에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근로감독관의 초과근무에 대해 150% 할증된 임금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의 보수는 경찰이나 소방관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고됐다.

81호 협약 12조에는 근로감독관이 감독 필요성이 있는 사업장에 사전통보 없이 그 사업장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a항). 또한 감독할 필요성이 있다고 믿어지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낮에는 사업장 안의 어떤 장소(any premises)도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근로감독관에게 보장하고 있다(b항). 이른바 ‘불시감독’(unannounced inspections) 권한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 통계를 바탕으로 위원회는 2017년의 경우 5천859건의 사전통보 감독(announced inspections)과 1만6천705건의 사전통보 없는 불시감독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ILO 보고서가 정확하다면, 한국 정부가 2017년에 집행한 사전통보 감독과 불시감독을 합한 건수는 모두 2만2천564건인데, 그중 74.0%가 ‘사전통보 없는’(without prior notice) 불시감독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를 토대로 위원회는 2018년부터 한국 정부의 근로감독에서 불시감독 비율이 급속히 감소하는 문제에 주목했다. 2019년에 사전통지 감독은 2만714건이었는데 반해, 불시감독은 4천700건(18.5%)에 불과했다. 전체 근로감독에서 불시감독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7년 74.0%에서 2019년 18.5%로 급감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위원회 보고서에 적시돼 있지 않다.

ILO전문가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협약 81호 12조에서 보장한 근로감독관의 불시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과 한국 정부가 집행하고 있는 근로감독의 여러 유형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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