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는 동네 고기국수집에 저녁 먹으러 가는 길. 어딜 그냥 가는 법이 없어 아이들은 열 걸음마다 멈춰 논다. 쭈그려 앉아 뭔가를 줍는데, 눈 침침한 내가 보기에 딱 쓰레기다. 눈 밝은 녀석들이 감꽃이라며 반긴다. 실에 꿰어 목걸이 만들면 예쁘단다. 가까이 보니 과연 그렇다. 갈 길 바빠 독촉하던 아빠도 두어 개 주워 주머니에 담았다. 문득 평화로웠다. 생일 즈음인 저들이 예쁜 것을 많이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어디서든 안전하기를 나는 바랐다. 일하느라 컴퓨터 화면에 띄워둔 사진을 보면서 저게 무엇이냐고 아이가 자주 묻는다. 설명하기가 난감해 아빠는 종종 창을 닫고 만다. 상복 입은 사람들의 눈물과 일그러진 표정과 꼭 쥐어 뻗은 주먹 같은 것들을 눈높이 맞춰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제 몸에 불을 놓아 외친 사람의 억울함과 절박함을 나는 모른다. 길 나서기 전 아이들에게 소고기를 구워 먹인 그 심정을 짐작할 수 없다. 뒤에 남은 사람들의 붉은 눈을 마주할 자신도 없어 카메라 뒤에 숨어 멀찍이서 겨우 한두 장을 찍고 만다. 장례식장과 세종대로를 걷고 뛰다 돌아온 날이면, 마음 지쳐 한숨이 자주 깊다. 밥 차릴 기운이 없어 외식 나선 길에 떨어진 감꽃을 본다. 꽃 떨군 자리에 열매 맺히겠구나, 생각하면 한숨도 좀 잦아드는 것이다. 너그럽게 아이를 기다려 주는 여유도 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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