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의 천막농성이 7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제정남 기자>

금융권 문서송달·현금수송 전문업체인 한국금융안전㈜이 5년 연속 적자경영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소속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심각하게 호소하고 있다. 올해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면서 하반기부터 유동성 악화로 급여 정상 지급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석인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는데 주요 주주인 시중은행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이사 퇴진 요구하다 최근 ‘시중은행 책임’으로 선회

15일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위원장 이동훈)에 따르면 지부는 지난 2021년 7월1일부터 시작한 국회 앞 천막농성을 이날 현재 684일째 이어가고 있다. 농성 시작 당시 대표이사 퇴진을 요구로 내세웠던 지부는 최근 주요 주주인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회사 정상화를 위한 대표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것으로 투쟁방향을 선회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회사는 1990년 시중은행 6곳이 출자해 설립했다. 2014년 김석 전 대표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면서 37.05%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기업은행(14.67%), 신한은행(14.91%), 국민은행(14.96%), 우리은행(15.00%), 씨티은행(1.7%)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김 전 대표 체제의 한국금융안전은 주주은행과 갈등했다. 2021년 9월 이사회에서 예정에 없던 20억원 유상증자를 밀어붙이면서 주주은행과 사이가 벌어졌다. 유상증자를 통해 과반 지분을 확보하려는 계획이라고 판단한 주주은행들이 반대했지만 강행했다. 결국 우리사주조합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유상증자 계획은 중단됐다. 지부가 김석 전 대표이사 퇴진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시작한 때가 이즈음이다.

주주·고객인 시중은행과 갈등 경영난 심화
지부 전면파업 모색

경영난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금융노조가 재무상황을 분석했더니 한국금융안전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매출액 감소다. 2018년 연 664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51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유상증자 갈등 직후인 2021년 12월 신한은행 지역 배송 계약에서 탈락하고, 지난해 1월에는 기업은행과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데 실패한 것이 타격이 컸다. 올해도 기업은행과 신한은행과의 계약 대부분이 날아갔다. 주요 주주인 시중은행이 자기가 투자한 회사에서 등을 돌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지난해 9월 김 전 대표와 주요 주주들은 회사를 매물로 내놨지만 사려는 곳이 없어서 매각마저 실패했다.

경영위기는 노동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한때 1천100명에 육박하던 직원은 최근 900명 수준으로 줄었다. 2년 사이 15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단협에 명시한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 지급도 멈췄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서울 신대방동 사옥을 담보로 40억원을 대출받아 임금지급 등 회사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과의 수송계약 갱신이 결정되는 7월 이후에는 경영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반대한 김석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임기 만료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로 재임하며 사실상 대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이사 퇴진을 요구하던 지부는 최근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신임대표이사 임명을 요구하는 항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과 금융감독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시중은행과 금융당국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60%의 지분을 가진 시중은행이 한국금융안전의 부실 경영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주주협의체를 구성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10개월째 공석인 대표이사를 선임해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부는 시중은행이 개입과 김석 전 대표의 경영권 포기를 압박하는 최후 행동으로서 전면파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동훈 위원장은 “주주은행에도 요구하고 김석 전 대표에게 회사 회생 방안을 찾자고 제안도 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양측을 압박하는 최후의 몸부림으로서 전면파업 밖에 남질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고사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니 싸워라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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