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방문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했다는 이유에서인데 대법원은 사내 집회의 경우 신고의무가 없다고 판결하고 있어 무리한 연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금속노조
▲ 금속노조

금속노조와 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상규) 설명을 종합하면 지회 간부들은 4일 오전 9시40분께 당진공장 통제센터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대로 직접고용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초반에 피켓팅 중심으로 진행되던 집회는 원청 관리직이 막아서면서 오전 10시께 앰프 등 음향장치를 사용해 이상규 지회장의 발언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며 해산을 명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 중인 비정규 노동자들을 진압,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송아무개 조직부장은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최 아무개 수석부지회장, 최 아무개 사무장, 이상규 지회장을 연행했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회장은 몸 곳곳에 타박상을 입었다. 체포된 간부 세 명은 이날 조사 일정을 정하고 풀려났다.
이두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사내집회의 경우 대중과 접촉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신고 없이 집회를 할 수 있고, 사내집회를 하면서 집회신고를 한 적도 없다”며 “경찰의 직무 집행도 위법한데다가 연행의 과정도 꽤나 폭력적이었다”며 비판했다.  

경찰의 이날 행동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집회 중 문제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신고 의무가 있는 집회도 아닌데 집회 시작도 전부터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 상황은 최성영 당진경찰서장이 직접 지휘ㆍ감독했다.   ‘정의선 심기 경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문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최성영 서장은 2011년 1월~2014년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으로 있으면서 대한문앞 금속노조와 쌍용자동차지부, 쌍용차 범국민대책위 농성·집회에 강경대응해 논란을 빚었다.

이두규 변호사는 “지회는 현대제철 원청을 상대로 고용의무를 이행하라는 취지로 소를 제기한 상황인데 총수라는 사람에게 이런 입장도 전하지 못하게 경찰이 막는다면 노사 자치라는 표현은 정부가 쓸 수 없을 것”이라며 “경찰이 이런식으로 노사가 만나는 것을 막고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은 노동 3권을 형애화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집회ㆍ시위에 대한 경찰의 무리한 진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 중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고,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도 같은달 아침 선전전 중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화물연대본부 파업 이후 건설노조 때리기 등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이 노골화하자 경찰은 ‘노조 불법행위에 강경대응’을 강조, ‘불법집회’ 엄단을 독려하자 벌어진 일이다.<본지 2023년 1월5일자 6면 “경찰 ‘비정규직 때려잡기’ 심상찮다” 기사 참조> 

노사 관계를 조정해야 할 정부가 중심을 잃으면서 노사간 갈등도 극에 치닫는 사업장도 하나 둘 늘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 자회사 일진하이솔루스는 금속노조 일진하이솔루스지회가 파업하자 지난 2일 자정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날에는 출근투쟁 중이던 지회 간부들은 일진하이솔루스 사측 관리자가 차로 들이 받아 병원으로 실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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