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무요원노조

서울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 A씨는 센터에서 청소부터 각종 서류 취합과 관리, 금전출납, 홈페이지 관리, 아동에 대한 학습 지도 등을 맡고 있다. 그런데 A씨는 센터를 운영하는 교회를 청소하라거나, 센터가 입주한 건물의 공용공간인 화장실이나 복도 청소 같은 지시까지 받았다. A씨는 “하루 8시간 이상을 함께 지내는 직원들의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 반박을 하기 어려웠다”며 “지나치게 많은 양의 업무와 교회 청소 같은 부당한 지시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는 등 갑질에 시달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괴롭힘으로 인해 복무기관을 변경하려고 해도 요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무기관 변경 요건 엄격, 갑질에 대응하기 어려워”

1일 사회복무요원노조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25일까지 긴급제보센터를 운영해 총 15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괴롭힘 사례를 보면 부당대우(9건·중복응답)나 부당업무지시(8건) 경험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직장갑질119와 함께 4월30일부터 3주간 복무환경 실태조사를 본격화한다.

노조는 사회복무요원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지난해 3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사회복무요원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노조는 같은해 6월 노조설립신고반려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해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노조가 공개한 제보 사례를 보면 사회복무요원들은 복무기관을 변경하는 데에도 장벽이 많았다. 사회복무요원 B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복무기관 재지정을 요청했는데 복무지도관에게서 재지정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복무지도관은 B씨에게 ‘샘플’이라며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증빙자료로 제출한 자해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 정도인 사람도 복무기관 재지정이 어렵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병역법 32조와 동법 시행령 65조의2에는 복무기관 재지정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요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사실상 변경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 사무처장인 하은성 공인노무사는 “복무기관을 재지정하려면 복무기관장의 동의와 지방병무청장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요건이 엄격해 재지정 신청은 사회복무요원의 정당한 권리가 아닌 ‘떼쓰기’로 치부된다”며 “복무기관을 변경하기 어려우니 온갖 갑질과 부조리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년째 국회서 잠자는 법안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을 금지하는 별도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무요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복무중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하고 병역법 개정을 통해 복무기관 재지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관련법이 발의돼 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5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복무기관의 장 또는 소속 직원이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사회복무요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복무기관의 장 또는 소속직원의 경각심을 제고하고 사회복무요원의 권익보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개정방향”이라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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