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며 고령·여성층 중심으로 시간제 등 불완전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이 고령화·여성고용과 같은 비경기적 요인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통화정책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를 통해 성장·물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고용문제에 접근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노동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제로 노동시장 세미나를 열었다. 코로나19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구조변화를 살펴보고 통화정책 방향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모두연설에 나선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노동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할 지점을 제시했다. 코로나19가 고용에 악영향이라는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경제활동참가율·고용률은 2021년 이전에 비해 높아졌고 실업률은 감소했다. 고용지표 상승은 고령자와 여성이 이끌었다. 서영경 위원은 “지난 5년간 1차 베이비부머(60~65세) 계층의 고용 증가 규모는 67만명”이라며 “이는 전체 고용증가의 49%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조기 은퇴로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율이 하락한 미국과 대비된다.

취업자수가 증가했는데도 노동자 한 명당 노동시간은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경향도 확인됐다. 하루평균 노동시간은 2017년 8.4시간에서 지난해 8.2시간으로 줄었다. 서영경 위원은 “근로시간 감소는 고령·여성층 중심으로 불완전 고용이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한다”며 “가사노동의 시장화로 여성 고용이 청년층·고령층 모두에서 확대했다”고 밝혔다.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 비중은 2019년 19.8%에서 지난해 36.4%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 비중도 28.0%에서 37.5%로 확대했다.

올해 고용시장은 수요는 둔화하고 공급 확대는 지속하면서 물가 인상 압력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는 부족한데 일하려는 사람은 많다는 얘기다. 고용시장의 고령화·여성화·불완전화로 인해 통화정책을 통한 고용문제 개입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를 통해 성장·물가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고용에 영향을 주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영경 위원은 “(고령화와 저부가가치 부문 고용 확대로)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할 경우 저성자·저물가 체제로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정책 부담도 증가할 수 있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베이비부머 인적자본 활용, 보육여건 개선 등 노동시장의 실질적인 구조개선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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