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유재석 부장님만 즐거운 무한상사 야유회는 근무시간에 포함될까?’ ‘권지용 사원을 두고 매번 군기잡는 정형돈 대리, 군기반장도 직장내 괴롭힘에 따른 징계사유가 될까?’ 5월14일 열리는 <퀴즈쇼-노란봉투를 열어라>의 맛보기 퀴즈 내용이다. 퀴즈쇼는 노동과 노조 관련 퀴즈를 주제로 시민이 출제하고 시민이 푼다.

이를 “한국 최초의 노동 예능 쇼”라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퀴즈쇼 기획자이자 노조 파업에 손배가압류와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노조를 옥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주장해 왔던 박래군(62·사진) 손잡고 상임대표다. <매일노동뉴스>가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휴서울이동노동자 합정쉼터에서 만나 현황과 전망을 물었다.

“도전 골든벨 형식의 퀴즈쇼,
시민과 노조의 간극 좁혀 나갈 것”

- 이제껏 없던 퀴즈쇼다. 어떤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지.
“과거 <도전, 골든벨> 형식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쉽겠다. 현장 참여자 90여명이 일상의 노동과 관련한 퀴즈 30~50개를 푼다. 골든벨처럼 중간에 패자 부활전도 있고, 쉬는 시간에는 공연도 있다. 참가자 사연 소개나 인터뷰도 구상 중이다. 1등에는 500만원, 2등은 300만원, 3등은 200만원을 장학금으로 수여한다. 장소가 성동구민 종합체육센터 대체육관이다. 스탠드에 참가자 지인들과 관중들이 응원을 펼치게 될 거다.”

- 시민들은 노동 관련 지식들을 어려워한다. 노동계만의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시민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가야 할 것 같은데.
“온라인 맛보기 퀴즈쇼를 풀어 보면 안다. 노조 간부도 다 맞는 사람들은 보질 못했다. 노동관계법 지식도 묻고, 우리 주변 일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두고 노동자의 권리를 묻기도 한다. 반응을 보면 노조 간부들은 일상에서의 노동 상식 퀴즈, 시민들은 전문적인 노동법 지식 퀴즈에 약하다. 이 간극을 좁히는 게 퀴즈쇼가 할 일이다.”

- 퀴즈쇼 참가자를 위한 ‘쪽집게 족보’를 공개한다면.
“출제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500문제를 만들고 그 중에 추린다. 500문제는 해설지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미리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퀴즈 선정과 난이도는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를 포함해 변호사와 활동가, 극작가로 구성된 10여 명의 문제선정위원회가 고심하고 있다.”

일반인·노조 모두 호응 좋으나 제작비 바닥
1억원 중 5천만원만 모금

- 퀴즈쇼까지 25일이 남았다. 쇼에 대한 호응은 어떤가.
“90명을 뽑는데 신청자가 264명이 몰렸다. 10명 중 8명 정도가 청년이다. 20대 실업자, 아르바이트하다가 임금체불로 일상 속 노동 문제에 관심이 생긴 사람, 노란봉투법을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 등 동기가 다양했다. 보통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시민이 노동 문제에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정말 획기적인 기획이지 않나?(웃음)

퀴즈로 나갈 500문제의 답과 해설이 담긴 문제풀이집도 인기다. 추후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인데, 이미 일선 노조에서 풀이집을 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조합원 교육을 재밌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노조에서도 호응이 있다.”

- 제작비는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참가자만큼 기금도 잘 모였나.
“솔직히 조금 어렵다. 사업 총예산은 1억원이고, 지금은 5천만원이 모였다. 시민들의 소액 후원으로 3천만원을 마련했고, 개별 노조들에서 2천만원의 후원금을 줬다. 5천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껏 있던 프로그램이 아닌 탓인지 호응도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 기금이 모이지 않으면 사업은 어떻게 되나.
“그런 일은 정말로 없어야 한다. 이건 우리나라 노동자와 노조의 자존심 문제다. 기획 의도부터가 노란봉투법과 노조에 친근감을 주려는 의도 아닌가. 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집회와 시위 말고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걸 노조 간부들도 줄곧 말해 왔다. 지금까지 노조가 하기 어려웠던 좋은 노동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걸 띄우지 못하면 노동계가 노란봉투법 통과나 시민들의 지지를 얻는 사업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 아닌가. 정말로 기금이 모이지 않는다면, 빚을 내서라도 해야지 어떡하나. 필요한 사업이고, 성공할 사업이다.”

박래군 대표는 마지막까지 노조와 시민들의 기금 후원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시민과 노동자들의 하나된 힘으로 기금을 마련하자. 이 <퀴즈쇼>는 노동에 대한 질문을 바꾸는 기획이다. 질문을 바꿔야 답이 바뀐다.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그 힘을 만든 질문은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자신의 몸을 1세제곱미터 철창에 31일간 가두면서 던진 질문처럼, 노란봉투법 퀴즈쇼는 더 나은 질문을 모으고 해답을 찾는 자리다. 노란봉투 누리집(noranbongtoo.com)에서 제작비 후원 방법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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