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규·민병덕·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 은행위기, 한국 금융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금융노조와 금융경제연구소가 토론회를 주관했다. <제정남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부작용이 국내 은행에까지는 미치지 않겠지만 자기자본 비율이 취약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금융 노동계는 경쟁 촉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부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가동을 중단하고 잠재적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기구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증권에 집중 투자 SVB, 고금리 상황서 손실 발생
대출 중심 이자 이익 내는 한국 은행과 상황 달라

김한규·민병덕·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계 은행위기, 한국 금융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와 금융경제연구소가 토론회를 주관했다.

고금리 속 유동성 위기를 겪던 SVB는 지난달 8일 채권 매각으로 인해 18억달러(2조3천800억원) 확정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공개했다. 다음날부터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가 이어졌고 하루 만에 420억달러(55조6천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 미국내 16번째 자산규모던 SVB는 같은달 10일 파산했다.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SVB에서 발생한 사태가 우리나라 은행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SVB는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았다. 예금 중 많은 부분을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장기국채는 고금리 시대의 은행 영업 방식에는 맞지 않았다. 유가증권 가치가 하락해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증자를 시도하다 뱅크런이 발생했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은 대출을 중심으로 이자 수익을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출금 총액을 잘게 쪼개 빌려 줘 위험은 분산돼 있다.

전 교수는 은행에서 부실 가능성은 적지만 운용할 능력 없이 무리하게 지금을 조달한 금융기관에서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테면 예금보험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많이 유치한 금융기관, 금리인상에 취약한 국공채 등에 자금을 많이 운용한 금융기관 등이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5천만원인 예금보험한도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1억원이라는 수치가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정책 변화 속도를 내지는 않고 있다. 1억원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예금보험기금 저축은행계정이 튼튼해야 하는데 현재는 매우 부실하다. 전 교수는 “새마을금고·저축은행이 실제 위험한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대책을 가지고는 있어야 한다”며 “예금보험기금 저축은행계정의 충실화가 급선무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축은행들이 내는 보험료를 올려서 계정을 튼튼하게 하고, 이를 통해 보장한도를 올리는 방식의 대응을 ‘정공법’이라고 소개했다.

“금융당국, 은행 건전성 점검해 발표해야”

금융위기 얘기가 불거지면 금융소비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행의 부실·건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토론 순서에서 “위기의식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고, 뱅크런이 없도록 금융당국은 건전성을 점검하고 한 번씩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금자보호한도 인상을 반대하지 않지만, 일부 은행은 한도 인상을 내세워 과도한 영업을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금융소비자가 위기를 호소하는 이때 윤석열 정부가 설치한 은행권 제도개선 TF는 이익단체들의 참여 속에 은행권의 수익을 나눠 갖는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해당 TF는 중지하고 금융위기를 준비하는 논의기구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금융정책 방향을 찾기 위해 노조가 주도하는 새로운 논의 기구 구성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박홍배 위원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금융권 경쟁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생뚱맞은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의 근저에는 경제와 금융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의 이권을 앞세우려는 데에 목적이 있어 보인다”며 “정부의 금융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야당·전문가 등과 함께 별도의 TF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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