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정의연대·사무금융노조·태광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강석영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또다시 1천억원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룹 계열사 하청업체에 자신의 개인 골프장 회원권을 강매했다는 의혹이다.

사무금융노조·금융정의연대·태광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회장과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티시스는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핵심 계열사고, 김기유 이사는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경영기획실장으로 2인자 역할을 한 인물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2015년부터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 9곳과 거래하는 하청업체 12개사에 자신의 개인 회사인 ‘휘슬링락CC’ 골프장 회원권(약 13억원)을 구매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는 전체 회원권 중 30%(79개)를 넘는 비중으로, 약 1천11억에 달한다. 이 전 회장이 경영기획실을 통해 진행한 것으로 고발인들은 의심한다.

고발인들은 “업체가 회원권을 사면서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의 절반을 계열사가 부담하는 내용이 업무협약서에 드러났다”며 “계열사가 손해를 감수하고 총수 일가에 사익 편취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계열사에 골프장 회원권을 비싸게 구입하게 해 문제가 되자 꼼수를 부렸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태광측은 하청업체의 회원권 구입 여부와 거래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인 티브로드 지분 매각과 관련해 이미 2천억원의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이번 고발로 배임 액수만 3천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태광그룹의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 사건의 되풀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대기업 계열사 전체가 총수의 사익 편취를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된 점이나 경영기획실의 지휘에 의한 불법 행위인 점이 유사하다.

고발인들은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 사법처리 기간 중 또다시 유사 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재본부 공동대표는 “검찰은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서 고발인이 자료를 안 줘서 이 전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다”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서 범죄가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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