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농협 홈페이지 갈무리

직장갑질에 시달리다 결혼 3개월여 만에 비극적 선택을 한 청년 노동자 이아무개씨(사망당시 33세)가 속한 장수농협은 노동법 무법지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장수농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다수의 직장내 괴롭힘과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가 있었고, 이를 포함해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2018년 1월부터 장수농협에서 일해온 고인의 직장생활은 지난해 1월 권아무개 센터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권씨를 필두로 직장 동료들의 따돌림과 폭언 등이 1년여간 지속됐다. 고인은 지난 1월12일 일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다수의 상급자가 고인에게 면박성 발언하거나 킹크랩을 사 오라고 하는 등 사망 직전까지 직장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인이 근무 일자를 조정해 달라고 하자 대가로 킹크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괴롭힘 사실을 사측에 신고한 이후에는 고인에게만 전례 없이 서면으로 부당한 업무명령과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근기법에서 금지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

장수농협은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자체 조사를 한 뒤 사건을 무마하기도 했다. 사측은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공인노무사를 선임하고,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기도 했다.

공짜노동과 같은 노동법 위반 사항도 드러났다. 조기출근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4억원이 넘는 공짜노동을 시켜왔다. 1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횟수는 293회에 달했다.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를 무시했다.

노동부 전주지청은 특별근로감독 후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6건을 형사입건하고 6천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괴롭힘 행위자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사측 공인노무사에 대해서는 공인노무사법상 성실·비밀엄수 의무 등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청년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사측이 편향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노동 현장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농협·수협에 대한 기획감독도 엄정히 실시해 결과를 국민에게 상세하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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