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신세계백화점에도 첫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로 출발한 만큼 오랫동안 무노조 사업장이었다. 긴 침묵을 깬 사람은 김영훈(36·사진) 신세계백화점노조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형식적인 노사협의회가 답답했다. 노사협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자 변화가 생겼다. 더 많은 노동자가 노조로 뭉치면 확실히 바뀔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지난달 17일 신세계백화점에 노조가 생긴 배경이다. <매일노동뉴스>는 13일 오전 스타필드고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 노조설립 계기는 무엇인가.
“노사협의체인 ‘한가족협의회’에서 지난해 1년간 활동했다. 사원대표는 사실상 회사에서 지목한 사람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내가 사내 대출한도 관련 목소리를 강하게 냈고 그 결과 한도금액이 상향됐다. 목소리를 내면 바뀐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신정 영업 지침에 내부 불만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폭발했다.”

- 직원들 사이에서 어떤 불만이 가장 컸나.
“1990년대 조직문화가 여전하다. 회사가 통보하면 노동자들은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임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올해 과장급 이하 임금인상률이 5%였는데, 누구는 4.7% 누구는 5.5%더라. 5%는 어떤 기준인지, 직원 간 차이는 왜 발생했는지 아무도 모른 채 계약서에 사인했다. 평가 기준도 마찬가지다. 승격 면접에서 고과 만점자가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직원들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 노조 결성 당시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없었나.
“회사가 불이익을 주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노조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한국노총 섬유·유통노련에 들어가 신생 노조가 겪을 수 있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

- 신세계그룹은 노조파괴 전례가 있다. 노조 결성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전 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급 400만원을 지급했다. 영업이익이 크기도 했지만 이례적인 액수였다. 노조 결성을 앞두고 입막음용이라고 본다. 손영식 대표이사가 보낸 메일에선 초과이익분으로 지급한다고 했지만 확인해 보니 올해 예산을 선집행했다. 회계 결산이 끝난 상황에서 노조가 생긴다니 뒤늦게 나선 것이다.”

- 노조가 만들어져 달라진 점이 또 있나.
|“연장근무에 대한 결재 과정이 단순화됐다. 최근 경영진이 바뀌면서 페이퍼 보고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연장근무가 만연화됐다. 연장근무시 근태기록을 올려 상부에 결재받아야 하는데, 현재 본인 결재로 끝나도록 바뀌었다. 노조 결성 이후 가장 먼저 논의됐던 부분인데, 자연스럽게 인사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턱없이 낮았던 캐셔 직종의 기본급이 소폭 인상하기도 했다.”

- 앞으로 계획은.
노조 일은 사명과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이왕 시작했으니 직군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직원들의 이해를 대변할 것이다. 현재 단체교섭 안을 준비하고 있다. 조합원의 임금인상과 복리후생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단협을 체결해도 아직 과반 노조가 안 돼 조합원에게만 해당한다. 더 많은 동료들이 함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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