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미숙 공인노무사(최미숙노무사사무소)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3.30.선고 2022구합4755 차별시정재심판정취소

1. 사건 경위

이 사건 사용자(원고)는 서울시 산하 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공단)이고, 이 사건 근로자(피고보조참가인)는 시설관리 촉탁계약직 35명과 따릉이 자전거 관리(배송, 정비) 일용계약직원 6명(따릉이 기간제)이다. 이 글은 따릉이 기간제 부분만 검토한다.

가. 따릉이 기간제는 따릉이 전체 인력 400여명의 41%를 차지한다. 동절기를 제외하고 매년 1년 미만 단위로 근로계약 기간(매년 3~11월)을 정해 공개채용으로 선발했다. 따릉이 일반직(정규직)과 1일2교대제(오전조, 오후조)로 각자 배송차량을 운행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 월급여와 명절상여금 20만원씩만을 받는 등 처우가 열악해 차별시정을 원했다.

나. 따릉이 기간제는 2020년 11월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서울2020차별21)을 하고 그동안 전혀 지급하지 않은 성과급, 복지포인트, 가족수당,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차등지급한 효도휴가비도 달라고 요청했다. 2021년 5월18일 초심은 임금상승분, 복지포인트와 가족수당을 지급하라는 일부 인정 결정을 내렸다.

다. 2021년 6월 공단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신청(2021차별5, 6병합)을 했다. 같은해 9월29일 중앙노동위는 공단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초심판정 중 복지포인트 및 효도휴가비부분을 취소하고, 효도휴가비를 차별적 처우영역으로 인정하는 등 판단에 차이가 있었다.

라. 2021년 11월12일 공단(원고)이 중앙노동위위원장을 피고로 이 사건 재심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22구합4755)을 냈다. 근로자들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참가했다. 지난 3월30일 이 사건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해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했다.

마. 이 판결은 근로자들이 최초로 차별시정신청을 한 후 2년 반이 지나 내려진 판결이다. 근로자들은 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차별적 처우로 인한 미지급금을 지급받고 싶어 하지만 공단이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 이 사건 판결 요지

가. 비교대상 근로자 및 업무 동일성 관련

1) 공단은 “계절적 수요에 따라 일용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채용절차, 업무의 범위, 책임감 등이 다르고 업무수행 방법에 질적 차이가 있어 동일, 유사한 업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따릉이 정규직인 일반직 8급 1호봉에 해당하는 배송, 정비업무 담당자가 실질적으로 동일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2) 이 판결에서 업무 동일성을 인정한 근거

가) 따릉이 배송직의 업무수행 방법: 따릉이 배송직은 분배업무(트럭에 따릉이 자전거를 싣고 내리는 업무, 대여소 및 분배대기실 시설 안전관리, 방역용품 수급관리, 자전거 경정비업무)를 수행한다. 이 중 분배업무는 배송업무의 약 70%를 차지한다. 정규직 1명과 기간제 2명으로 구성한 1팀(총 3명)은 교대로 근무(각자 1대의 차량을 운전해 배송을 단독으로 하되 팀 내에서 교대)한다. 자전거 회수 및 공급은 태블릿을 이용해 독자적으로 처리했다. 정규직과 기간제 모두 각자가 수행한 업무를 일지로 작성해 보고하고 있다. 다만 분실자전거 회수(관외출장 및 보고서작성)와 도난자전거 관리업무(경찰서 출석 진술서 작성) 등은 정규직이 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송업무에 비하면 비중이 적은 부수적인 업무라 할 수 있다. 기간제가 수행할 수 없는 업무라기보다는 굳이 기간제가 수행할 사실상의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업무분장은 정규직과 기간제의 본질적인 업무능력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 따릉이 정비직의 업무수행방법: 정규직이 자재관리, 단말기 수리업무 등 일부 특화된 업무를 전담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와 같은 업무들은 주된 정비업무에 비하면, 그 비중이 적은 부수적인 업무로 보이고, 기간제가 수행할 수 없는 업무라기보다는 굳이 기간제까지 수행할 사실상의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업무분장이 정규직과 기간제의 본질적인 업무능력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정규직과 기간제의 수행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고 책임,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주된 업무인 배송과 정비에서 업무의 내용, 작업조건 등 핵심 요소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했다고 봄이 타탕하다.

다) 정규직과 기간제는 모두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쳐 채용되나, 정규직은 필기시험 및 인성검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경쟁률에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채용 과정의 차이가 채용 이후의 업무의 난도나 책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없다. 채용 과정에서 요구한 자격증 역시 동일했다. 정규직과 기간제 모두 배송직은 ‘1종 보통 이상의 자동차 운전면허증’ ‘화물운송 종사 자격증’ ‘공고일 기준 3년간 무사고 운전경력’을, 정비직은 ‘자전거 정비자격증’을 각각 요구했다. 채용 절차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신분상의 차이일 뿐, 수행하는 업무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 채용절차 차이로 따릉이 정규직과 기간제 사이의 동종 또는 유사 업무성을 부정할 수 없다.

나. 불리한 처우가 있는지 여부

1) 기간제 근로자에 불리한 처우 여부는 기본급, 급식비, 교통비, 처우개선비, 보전수당에 임금인상분 및 복지포인트를 포함해 범주화해서 비교하되, 효도휴가비, 가족수당, 성과급은 금품의 성격에 따라 항목별로 비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 효도휴가비: 정규직의 효도휴가비는 연간 2회(설·추석)에 기본급 50%로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인데, 기간제는 설과 추석에 정액 20만원씩만 지급됐다. 공단은 기간제는 처우개선 수당을 통해 명절휴가비를 보전해 불리한 처우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처우개선 수당은 범주화 항목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규직에 비해 약 5분의 1수준의 효도휴기비만 획일적으로 지급했다. 기간제들이 계절적 고용기간으로 인해 특정 명절의 경우 효도휴가비 해당성이 없다고 해도 정규직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다. 이런 사정만으로 사실상 근로에 대한 특별상여적 성격을 가진 효도휴가비를 현저히 차등지급할 근거로 삼기는 부족하다. 공단도 이런 문제를 인정해 2021년부터 동일한 기준에 따라 기간제도 효도휴가비를 지급했다. 따라서 효도휴가비를 차등지급한 것은 차별의 합리적인 사유가 없다.

3) 가족수당: 정규직은 가족수당 지급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배우자 4만원, 기타 가족 2만원씩 지급한 데 비해, 따릉이 기간제는 지급조건을 충족하는 부양가족이 있더라도 가족수당을 아예 받지 못한 불이익한 처우가 존재한다. 가족수당은 복리후생 차원에서 부양가족수만을 조건으로 정규직에게 지급된 것이다. 성격상 고용형태, 업무의 범위, 난이도, 권한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 것이 아니다. 사실상 임금의 성격으로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기간제 근로자에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의 합리적인 사유가 없다.

4) 성과급

가) 성과급은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 및 보수규정 시행내규 7조(제 수당 지급기준) 6호(상여수당)에 따라 개인별 근무성적 및 부서평가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성과상여금으로, 기간제법 2조3호다목의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에 해당한다.

나) 공단은 정규직에게는 성과급을 보수월액×전년도 경영평가에 따른 지급률을 적용해 산정한 다음, 다음해 연 2회에 걸쳐 지급했으나(성과급 중 100%는 매년 5월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서울시 성과평가 결과 이후에 지급) 기간제에게는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다) 근로자측은 따릉이 인력의 41%를 차지하는 노동의 대가가 경영성과에 포함돼 있으므로, 1년 미만 기간제라도 근무 기간 비율대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기간제는 개인별 평가를 수행하지 않는 일시적인 단순 노무인력이라는 점, 1년 미만 근무하고 성과급 지급 당시 재직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부인했다.

라) 노동위 초심, 재심, 이 사건 판결 모두 따릉이 기간제의 성과급은 인정하지 않았다.

3. 판결의 의의

따릉이는 서울시민 100만여명이 이용할 만큼 인기 있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따릉이 배송,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근로자들은 2015년부터 사업 시행을 담당했는데 임금도 적고, 근로계약 기간도 1년 미만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했다.

판결문을 본 따릉이 근로자는 “우리 울분을 대변하는 듯 후련하고 똑 부러지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기간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인정한 점에서 근로자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됐다.

다만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라도 공기업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 지급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전년도 공단 전체의 경영평가에 따릉이 인력 41%를 차지하는 기간제의 노력이 포함돼 있는데, 실제 성과급은 근속하는 정규직 근로자들에게만 지급됐다. 기간제법 차별금지의 사각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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