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노조 위원장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 일환으로 일정 기준 이상이 되면 노조 회계장부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5조(회계감사)는 반기에 한 번씩 회계감사를 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내부 노조 규약에도 회계감사를 의무화한다. 조합비를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은 부패한 노조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부패한 노조는 결국 민주적인 선거제도에 의해 교체된다. 회계장부를 정부가 관여한다는 것은 권한 남용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 요구하는 노조 회계장부 공시는 노조탄압을 위한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노조가 투명하게 회계처리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뉴스에서 노조 간부가 조합비를 횡령한 사건이 종종 나온다. 분명 개선이 필요하고, 더 철저한 회계감사가 요구되는 사회적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전국에 7천여개의 노조 가운데 부패한 노조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극히 일부를 전부로 매도하며, 노동자의 편에서 권익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조, 노동계 전체를 적폐의 대상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노조는 매월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모든 조합원에게 보고한다. 통장내역과 단 1원의 차이도 용납하지 않는다. 물품을 구입해도 가성비를 따져야 하고, 무분별한 수량도 자제한다. 조합원들의 소중한 월급 일부를 활동비로 사용하는데, 어찌 허투루 사용할 수 있겠는가. 노조 간부 활동 또한 복무사항과 스케줄도 매월 조합원들에게 보고한다.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은 직접·무기명 투표에 의해 결정한다. 당연한 사안이지만 이 모든 게 노조법에 있는 내용들이다. 결국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법치주의에 입각하여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노사 공동의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노사협의회 운영실태부터 점검해야 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30명 이상의 사업장은 분기별로 노사위원을 지정해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사협의회를 운영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해당 회의록은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조합을 악의 축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사업장에서 얼마나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안건을 이행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법을 위반하면서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지 않거나, 노사 간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전체 노동자의 14%에 불과하고, 노조 유무에 따라 노동자의 근무환경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수 경영자의 횡포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가 많고,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제정한 근로자참여법에 따른 노사협의회에 대한 점검은 필수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노조와 사용자 양측에 자료를 요구해 관리·감독하는 것이 공정이다. 이처럼 균형감 있는 정책으로 노사협의회 운영실태를 점검해 해당 제도를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국민의 노동환경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고, 생산성으로 이어져 노사가 상생하는 국가발전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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