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희 기자

서울 소재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임재원씨는 지난 2월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처럼 8만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23만원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한 달에 57만원을 수령하는 임씨가 수입의 40%를 난방비에 지출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임씨는 그 뒤로 난방비 절약에 노력했지만 연로한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온도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온도를 낮춰 다음달 난방비를 14만원까지 낮췄지만 씁쓸했다. 임씨는 “인간이 느끼지 말아야 할 한기와 맞바꾼 결과물”이라며 “이게 어떻게 절약일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주민센터에 난방비 보조금 지원을 문의하니 지역난방은 민영 사업체라 정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식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벌어진 ‘난방비 대란’의 후폭풍이 채 꺼지기도 전인 지난달, 정부와 국민의힘은 가스·전기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여론이 들끓자 당정은 잠정 연기했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굽히지 않고 있다. 급상승한 물가와 공공요금으로 취약계층과 서민의 부담이 날로 커진 상황에서 국민 2명 중 1명은 공공요금 인상이 정부 책임의 부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이 함께하는 ‘너머서울’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공공요금 인상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너머서울은 지난달 13일부터 같은달 30일까지 국민 2천381명을 대상으로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온라인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당정이 예고한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응답자의 87%가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공공요금의 정부·기업 책임을 강조했다. 응답자(중복응답)의 절반 이상은 가스요금 인상(59.2%)과 전기요금 인상(52%)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필수공공재로서 요금 안정을 위한 재정 투여 등 정부 책임이 부재하다”는 항목을 골랐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정유사 등 에너지재벌의 고수익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60.9%(중복응답)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날로 오르는 물가에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안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우리나라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결정 과정과 논의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경우 공공요금 결정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사소한 영수증까지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구 실장은 “노동자, 시민, 빈곤단체, 환경단체 등 공공요금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와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사회적 요금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