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 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학교급식 노동자가 현장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인천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3년째 근무한 A(51)씨는 지난해 8월 폐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최근 기침이 멈추고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그런데 생계 탓에 다음달 당장 복직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두 달간 유급병가 이후 현재 무급휴직 중이다. 지난해 11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했지만 4개월이 넘도록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걸어다닐 수조차 없다”는 압축적 고강도 노동을 견뎌 낼 수 있을지 그는 자신이 없다. A씨는 병가 이전에 해당 학교에서 7명의 동료와 함께 매일 1천200명에 달하는 식수인원을 책임져야 했다. A씨는 “급식실 종사자 첫 폐암산재 승인 이후 2년이 지나도록 병가신청 매뉴얼은 물론이고 현장 복귀 대책도 전혀 준비된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A씨 같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 10명 중 3명에게서 폐결절을 비롯해 폐 이상소견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도 31명으로 조사됐다. 2021년 2월 급식실 조리사 폐암이 처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뒤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이 급식실 종사자에 대한 폐CT 검진을 실시한 결과다.

“동일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최대 16.4배”

교육부는 14일 학교 급식실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경기도·충북도교육청을 제외한 14개 시·도 교육청 검진자 2만4천65명을 검진한 결과다. 양성 결절·경계선 결절을 포함한 이상소견 진단을 받은 경우는 6천773명(28.2%)이고,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 판정을 받은 이는 139명(0.58%)이었다. 이 중 31명(0.13%)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7개 시·도 교육청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검진을 받은 4만2천77명 중 1만3천653명(32.4%)이 양성 결절을 포함한 이상소견 진단을 받았다. 폐암이 의심되는 경우는 338명(0.8%)이었다. 교육부는 14개 교육청에서 검진을 완료했고, 서울시·경기도·충북도교육청은 5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1년 2월 급식실 조리사의 폐암을 산재로 처음 인정한 뒤 고용노동부는 같은해 12월 학교 급식실 종사자 가운데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폐CT 촬영을 하라는 내용의 폐암 건강진단 실시기준을 마련했다.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구이 같은 요리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진 결과는 동일 연령대 일반 여성인구에 비해 최대 16.4배에 달하는 수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2020년 폐암으로 확진된 신규 발생자 기준인 국가 암등록 통계와 지난해 급식 종사자를 대상으로 폐CT 검진을 통해 확인된 ‘폐암 의심자’를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다. ‘매우 의심’되는 경우로 좁혀도 4.9배다. 이 소장은 “교육부 통계(확진자 31명)로 발생률을 계산해 보면 10만명당 128명이고, 국가에서 암으로 확진된 사람은 50대 기준으로 45명”이라며 “확진자만을 기준으로 해도 2.8배 정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1명당 식수인원 하향하고 표준화해야”

교육부는 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후속조치로 폐암 확진자에게 산재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병가·휴직 등 복무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경계선 결절 같은 추적·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검진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노동환경도 개선한다.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을 위해 한 학교당 1억원씩 지원하기로 하고, 올해 보통교부금에 1천799억원을 반영했다. 튀김류를 주 2회 이하로 제한하고, 오븐 사용을 유도하는 등 조리방법과 식단개선도 지원한다.

1명당 식수인원 개선 대책은 빠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오후 강득구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미경 본부 수석부본부장은 “1명당 식수인원이 공공기관 급식시설에 비해 평균 2~3배 높은데 배치기준 관련된 내용은 방향성과 필요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배치기준은 조리흄에 노출되는 시간과 빈도를 높이는 주범이자 근골격계질환을 포함한 산재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강득구 의원은 1명당 식수인원을 개선할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포함해 △지하·반지하 급식실을 지상으로 이전 △후드 풍속 기준 및 식단기준을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명시 △조리흄 노출 작업의 1명당 최대 작업시간 기준 명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상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에 조리흄 포함 등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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