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가 국내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13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 대형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은 최근 유동성과 수익성이 악화했다. 미국 벤처기업이 투자유치 부진 등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예금인출을 늘리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18억달러(2조3천472억원)의 채권매각 손실이 발생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8일 증자계획을 발표했으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발생해 증자가 무산했고, 10일 미국 금융당국은 실리콘밸리은행의 영업을 중지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헌 부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 건전성이 개선됐고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자 전면 보호조치를 즉각 시행한 점을 고려할 때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총재는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눈길은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로 쏠린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이후 부동산 가격하락이 멈추고 물가가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일 뿐 아니라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섣불렀다”는 비판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대출부담을 느낀 미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을 인출했고, 동이 난 금고를 메우기에는 금리인상으로 실리콘밸리은행이 보유한 국채의 가치가 낮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1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도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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