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세웅 기자

국회·노동·시민사회는 정부가 지난해 9월 공개한 론스타 사태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사건 판정문을 모두 번역해 분석해 봐도 1천400여명의 인명과 각주가 비공개돼 있어 제대로 된 관련자와 책임자가 판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민변, 참여연대, 심상정·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민병덕·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국회와 노동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론스타 ISDS 판정문 분석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22일 판정문 원본인 영문본을 국회도서관에 의뢰해 한글로 번역한 국문본을 내놓았는데, 보고대회는 국문본을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다.

판정문 국문본을 분석한 이들은 법무부가 판정문 중 ‘주어’ 1천300개를 삭제해 책임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외교 기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삭제하고 공개했다.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이었던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판정문의 1천440개가 검은색으로 지워져 있다”며 “이 중 1천300여개는 주어인데, 통째로 지운 부분도 있다. 누가 잘못한 것인지를 모르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막연히 짐작하는 것과 판정문에 특정인이 명시된 것은 다르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운 부분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힐 것도 요구했다. 조사 대상으로 당시 론스타 사태의 책임자와 사건 수사팀을 지목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03년 투기자본 론스타의 법률대리인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003년 인수 승인 과정뿐만 아니라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지분 인수 승인 절차를 밟을 당시에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이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했다.

최원철 금융노조 금융정책본부 부위원장은 “론스타 사태 주범들이 현 정부 주요 위치에서 핵심 역할들을 하고 있다”며 “잊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진실을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론스타 사태가 벌어진 지 20여년이 지났는데,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인 금융노동자들은 그날의 고통이 새록새록하다”며 “책임이 있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들이 대한민국의 금융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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