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노동조합 활동을 간첩활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금속노조와 민변·참여연대를 비롯한 41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비판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지난 23일 안석태 노조 경남지부장과 강인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하면서 경남지부와 지회를 압수수색했다. 지회는 지난해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주도하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의 불씨를 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지난 화물연대본부 파업 때는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둔갑시키고, 사업자들의 담합인 것처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더니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간첩단으로 둔갑해 탄압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노동자 투쟁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것은 스스로가 통치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국정원의 간첩단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을 보면 압수수색영장 집행과 거의 동시에 보수언론들이 영장에 적시된 내용이나 관계자의 입을 빌려 단독보도를 올리고 이내 정당한 노동자·농민·시민 활동이 마치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이뤄진 일로 둔갑해 버렸다”며 “정치적 기획수사라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간첩사건 조작과 같은 국기문란 범죄를 저질러 온 국정원의 행태를 알고 있다”며 “국정원 폐지는 사회적 합의가 끝난 문제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강인석 부지회장은 “저에게 지령을 내린 사람은 하청노동자”라며 “2천1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임금 30% 인상을 해 달라고 지령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강 부지회장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조선하청 노동자의 피맺힌 절규를 누군가는 폭로해야 했고, 지금 이 지경까지 왔다”며 “이 투쟁이 어떻게 북한의 지령으로 이뤄진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장혁 노조 위원장은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윤석열 정부의 혹독한 탄압에도 멈출 수 없다”며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켜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도 같은날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의 의도는 민주노조운동의 말살”이라며 “탄압에 항쟁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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