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생활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든지 샴푸 냄새가 좋다며 머리에 코를 갖다 대거나 껴안음.”

“안마를 요구하고 ‘마스크를 벗어야 뽀뽀를 할 텐데’라는 말을 하거나 자신의 성기 길이를 물건과 사물에 비유하며 이야기.”

너머서울 젠더팀이 지난 1월 지하철 청소·미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괴롭힘 실태 설문조사를 했는데, 노동자 여럿이 성희롱 내용을 구체적으로 써서 제출했다. ‘지하철 50~60대 여성노동자 성적괴롭힘 실태조사’를 해 보니 지하철 여성노동자 3명 중 1명이 관리자에게 욕설을 들은 적 있고, 다수가 안마를 요구받거나 신체접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는 너머서울 젠더팀과 여성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회 등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본부에서 연 보고회에서 발표됐다. 조사를 담당한 여미애 너머서울 젠더팀 공동팀장은 “응답자 대부분은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사업장에서 근무했고 남성관리자를 두고 있었다”며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 마지막 일터라고 여겨지는 공간, 간접고용으로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지하철 2호선을 청소하는 60대 여성노동자가 2021년 관리직 팀장에게 성추행당한 일을 폭로하고 경찰이 피의자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계기로 이뤄졌다. 피해 사실을 폭로한 당사자뿐 아니라 피해자가 여럿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태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 지하철 1호선부터 4호선까지 역사와 전동차 청소를 맡은 서울교통공사 서울메트로환경과 9호선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3단계(종합운동장~둔촌오륜)를 청소하는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대면설문을 통해 78명의 50~60대 청소노동자에게 조사한 결과 77명 중 35%가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들었고, 14%는 외모에 대한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78명의 응답자 중 15%가 안마 같은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13%는 껴안기와 같은 의도적 신체접촉을 당한 적이 있었다.

가해자는 대부분 상사였다. 응답자의 71%는 상사나 고용주에게 이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고 17%는 동료였는데 주로 2차가해 등의 피해였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입은 피해도 11%나 됐다.

하지만 피해를 입어도 대부분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했다. 54명의 응답자 중 15명이 무대응으로 가장 많았고 노조와 상담한 사람은 13명이었다.

이찬배 여성노조 위원장은 “공사가 만든 자회사와 공사가 업무를 외주 준 용역 등 간접고용 구조 하에서 여성들은 피해를 입어도 문제제기가 어렵고 이후 조사 과정도 내부자에 의해 매우 폐쇄적으로 이뤄진다”며 “원청이 이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사용자성을 인정해 성희롱·성폭력 방지지침 등을 명확히 할 때 현실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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