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달 기자
▲ 정우달 기자

김대중 정부는 죽어 가는 대구광역시의 패션·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해 99년부터 2008년까지 총 6천800억원을 투입해 국책사업 밀라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설립한 것이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2018년부터 연구원에 대한 국비지원을 중단한 데 이어 대구시도 지난해부터 지원을 멈췄다. 사업은 전부 중단됐다. 연구원은 해산 기로에 놓였고, 노동자들은 생계곤란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5일 오후 박경욱(56·사진) 공공연구노조 한국패션산업연구원지부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대구시 동구 봉무동 연구원 기획경영실에서 진행됐다.

- 대구시와 중앙정부에서 연구원 지원을 중단한 이유는?
“대구시는 부실한 지원사업 수행이 이유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연구원의 점진적 사업축소와 지원 예산을 지연지급한 것이 원인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각종 공익제보에 대한 조치가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 대구 출신인 연구원의 1~5대 법인대표들이 대부분 공익제보에 의해 처벌을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서울 출신인 6·7대 원장들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이사들의 압박으로 퇴임하는 등 각종 공익제보에 의한 불협화음이 컸다. 대구시에서 지원받던 사업이 1년에 14개에 이를 때도 있었는데 2021년 11개, 2022년 5개로 대폭 축소됐다.”

- 사업중단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대략적으로 연간예산은 대구시 100억원, 중앙정부 공모사업 50억원이었다. 석·박사를 비롯한 전문성 있는 노동자 50여명이 근무했으나 지금은 15명이 남아서 저항하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시작된 밀라노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적은 고부가 가치 섬유산업 육성이었다. 지원사업 중단은 국책사업 포기, 목적 상실을 의미한다. 5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동자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대구시는 사업자단체를 통해 지원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사업자단체의 인력과 연구기관의 인력은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다. 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 1년 이상 임금이 체불됐다.
“법인대표인 원장이 없어 진정 등의 법적 대상이 없는 상태다. 지금까지 민사적 조치와 연구원 재산에 대한 가압류 및 경매 등으로 대응했다. 앞으로는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당연직 이사인 대구시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노동청 진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노조에서 지원금이 들어오지만 조합원 생계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조합원들이 휴직을 하고 생계활동을 하러 가고 있다.”

- 연구원 정상화를 위한 이후 계획은.
“산자부 등에 지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남아 있는 직원들에 대한 고용문제 해결을 요구할 계획이다.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기관을 이런 식으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노조는 대구시에 끊임없이 공개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 공무원들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아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시민들 앞에서 진실되게 공개토론하고 그 결과에 따라 패션·봉제 산업을 지원하고 기관운영 방식도 결정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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