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출범을 알리며 ‘탄소중립·녹색성장 12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이전 정부가 탄소중립에 ‘공정한 전환’을 포함했던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질서 있는 전환’을 정책방향으로 설정했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감하고 협력하는 탄소중립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산업·일자리 전환 정책으로는 ‘직무훈련’과 ‘창업 지원’이 주류였다. 폐쇄를 앞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의 구체적인 일자리 전환 비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한 전환’으로 번역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탈석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비용이 노동자와 지역공동체에만 전가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의미다. ‘녹색성장’과 ‘민간이 이끌어 가는 탄소중립’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가능할까.

노동자는 모르는 ‘공정한 전환’
“독일은 사회적 대화기구 운영”

사회공공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전 5사의 비정규 노동자 2천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61.2%였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한 뒤 그해 ‘공정한 전환’을 강조하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정작 발전소 내 비정규 노동자들은 발전소 폐쇄시기조차 알지 못했다. 55.6%가 발전소 폐쇄 시기에 관해 “듣기는 했지만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충청남도는 2021년 10월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해 정의로운 전환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발전 비정규 노동자는 참여하지 못했다. 임용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탈석탄·산업전환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계는 산업정책 변화를 수반하는 의사결정의 핵심 주체였다”며 “반면 노조는 배제돼 의견 청취 대상으로 배정될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은 어떨까. 독일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지역개발학회지에 2021년 수록된 ‘충청남도의 탈석탄과 정의로운 전환 :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사례와의 비교’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추진하며 노조와 시민단체와 적극적으로 대화했다. 당시 메르켈 독일 총리는 탈석탄특별위원회를 설립하고 운영했는데 여기에는 노조, 산업계, 시민단체, 발전소 폐쇄지역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석탄화력발전업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단지와 천연가스 발전소를 조성해 고용을 유지할 방법을 찾았다.

비교 연구를 수행한 이효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경제 위축과 노동자의 고용불안정 등에 대한 대책은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아 에너지 전환 방식에만 집중된 편향된 계획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이해관계자가 (탈석탄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며 충남 차원에서 조직된 협의체도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해 이해관계자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래부터 연대 모색하는 노동자들
“발전 비정규직, 전환 논의 주체돼야”

독일 사례와 같이 기후위기를 놓고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가능할까. 박태주 60+ 기후행동 운영위원은 “기후위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민감도가 낮은 탓에 사회적 대화는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박 운영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문제나 거버넌스 구축을 언급한 적도 없다”며 “권위주의와 시장주의에 바탕을 둔 노동정책이 부활하면서 취약한 사회적 대화 기반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남지역 발전 비정규 노동자들은 ‘아래부터의 연대’를 통해 산업전환 논의 주체로 서려고 노력 중이다. 2020년 6월 출범한 ‘기후위기 충남행동’은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와 학부모회, 환경단체 등이 결성한 연대체다. 기후위기 충남행동은 정의로운 전환특구 지정을 요구하는 등 지역여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임용현 상임집행위원은 “발전 비정규 노동자들의 요구는 일자리를 책임져 달라는 것이 아니라 탈석탄과 녹색에너지 공공성 강화라는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가 되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정의로운 전환 거버넌스, 노동자 참여로 탈석탄 이후의 녹색에너지 추진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