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하철 첫 차 타고 시청 앞 분향소 나온 아빠가 구호 적은 선전물을 고쳐 다느라 바쁘다. 바람 때문이다. 구겨지고 찢어진 데가 많았다. 참, 초라하다고 아빠가 말했다. 이어 어느 정치인의 눈물과 약속과 거짓에 대해 비나리 하듯 읊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목에 목도리가 붉었다. 칼도 없이 이 악물고 테이프를 떼어 낸다. 강릉에서 열차 타고 온 아빠를 반갑게 맞이한다. 헌화 마치고 돌아서는 시민에 꾸벅 인사를 건넨다. 장갑도 없이 국화 서너 송이 들고 한쪽에 가만 선 아빠와도 눈인사 나눈다. 한 번씩, 영정 아래 쌓인 국화를 정돈한다. 향을 채운다. 검은 액자 속 밝은 표정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본다. 손 뻗어 만진다. 깊은숨을 쉬느라 등이 섰다 굽는다. 그러다 이 악물고 다시 테이프를 끊는다.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며 재발 방지책 마련이라고 적은 손팻말을 테이블에 단단히 고쳐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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