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경찰이 질서유지라는 이유로 민변 변호사들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희생자 추모집회를 제한한 것은 집회의 자유 침해로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판사 이유형)은 2일 민변 권영국·류하경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70만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사건은 201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중구청은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 집회장소에서 방화가 일어나 덕수궁 담장에 불이 옮겨붙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해 4월 대한문 옆 인도에 화단을 조성하고, 경찰을 배치해 출입을 막았다. 이후 경찰은 화단 앞 집회 신고를 교통질서 유지라는 이유로 금지했다.

민변은 서울행정법원에 옥외집회 제한통보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경찰의 조치가 헌법상 보호되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받아들였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를 막아서면서 민변 변호사와 충돌이 빚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이 질서유지선이라는 명목으로 경찰관들을 배치해 이 사건 집회 장소를 설치한 것은 그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경찰력 행사”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이 입은 집회의 자유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다만 남대문경찰서 간부 2명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의 질서유지선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인지 여부를 두고 법적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이 언제인지가 주요 쟁점이었는데 법원은 민변 변호사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형사재판 상고심 판결이 있던 2019년 1월10일이라고 봤다.

민변은 경찰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국가와 전 서울남대문경찰서 간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은 “민변 소속 변호사 1천명 중 10여명이 집회에 참석해 민변을 집회 주체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사건 당시 집회에 참여한 변호사들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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