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임금제도 외국 사례 연구>란 책이 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 외 10명의 연구결과를 박영사에서 2014년 4월 출간했다. 영국·미국·독일·프랑스·일본·호주·이탈리아 7개국의 노조전임자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소개한 보고서다.

이 책에 따르면 7개국 사례 가운데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일본 하나에 불과했다.

프랑스에서는 민간부문의 노조활동으로 인한 근무면제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간주돼 임금이 지급된다. 법령에서 정한 수준은 최저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단체협약으로 법령에서 정한 수준보다 높은 수준을 정할 수 있다. 프랑스 민간부분에서 대기업 노조전임자의 유급활동시간은 법령의 기준을 상회하는 단체협약을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유급활동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프랑스 공공부문의 경우 법령에 의해 노조전임자 및 근로면제시간 제도가 유급으로 운영된다.

영국에서 노조대표자의 노조활동 시간은 사업장 단위 노사교섭으로 결정되며, 유급 노조활동시간을 기록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사업장 단위노조 대표들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노조의 대표’로서 역할을 하는 경우, 즉 노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 유급 노조활동 시간을 보장받는다. 한국처럼 ‘조합원 몇 명당 전임자 몇 명’이라는 방식으로 그 유급 노동조합 활동시간을 명시한 법 조항은 없다.

영국의 경우 법에서 정한 노조의 최소한의 권리인 ‘합당한 수준의 유급 노조활동 시간’은 사업장 단위 노사교섭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이는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태도, 사업장 단위 노사관계 환경, 현안 쟁점 사항 등에 따라 그야말로 지부별·사안별로 결정된다. 여기서 노조의 임무에 따라 보장받은 유급 노조활동 시간이 풀타임 노동에 준하는 전임으로 여겨질 수도 있고, 부분 전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는 사업장 현실에 따라 ‘합당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약 20만여명의 노조대표들이 사업장 단위에서 사용자로부터 시간을 보장받으며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 단위 노조대표들이 모두 풀타임으로 노조활동에 종사하는 전임자들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 노조활동 시간을 부여 받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노조 전임간부에 대한 임금지급 지급 관행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오해가 있어 왔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일반인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미국의 경우에는 철저히 지켜질 것이므로 노조활동을 전임으로 하는 미국 노조간부는 당연히 기업으로부터 임금지급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상정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우와는 달리 미국 노사관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노조간부의 활동에 대해 사용자가 임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는 오랜 관행이 있어 왔으며, 미국의 노동법과 판례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민간부문에서는 ‘released time’이나 ‘union time’, 공공부문에서는 ‘released time’ 혹은 ‘official time’이라 불린다. 민간부문에서는 법률로는 명시돼 있지 않으나 주로 법원의 판례와 연방노동관계위원회의 결정, 그리고 관행에 의해 허용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법률에 따라 명시돼 있는 경우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관습에 의해 허용되고 있다.

미국은 독일 등 성문법 계통의 법률 체계가 아닌 판례법 중심의 국가이므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규율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기 보다는 노사의 단체교섭 등에 의해 다양한 사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법률로써 구체적인 한도를 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노사가 장기적으로 형성해 온 관행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합의된 인식을 형성해 전임자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98호 단체교섭 협약은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가 하지 말아야 할 의무로 ‘반노조 차별 행위’(acts of anti-union discrimination), 즉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용자나 사용자단체가 노동자단체를 지배(dominate)하거나 통제(control)하기 위해 금원을 제공하는 것은 반노조 차별행위(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된다.

노조전임자 임금은 기업의 공금에서 나오지 사용자의 주머니나 사용자단체의 금고에서 지급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가 그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회사 공금으로 노조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사 간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의 대상이지 법령으로 규제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이 협약의 취지다.

<노조전임자 임금제도 외국 사례 연구>가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까지 조사를 했더라면 노조전임자 임금을 회사 공금에서 지급하는 사례는 국제 사회에서 매우 일반적인 사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을 것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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