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실시협약을 체결한 신분당선 강남-정자 구간 민자투자사업을 수주한 건 두산산업개발㈜(지분 39.62%)과 다른 건설사들이 설립한 시행사 신분당선 주식회사다. 신분당선 주식회사는 민자투자사업 실시협약 체결 이후 대주주인 두산산업개발과 3차에 걸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총 공급가액은 1조2천452억원이다. 이 구간의 총 투자비는 1조7천542억원인데 정부 재정지원은 7천638억원(43.5%)이다.

공사 후 신분당선 주식회사가 운영에 나선 시점에서 지분구조가 크게 변한다. 2012년 두산산업개발의 지분은 29.03%로 하락하고 대신 한국산업은행(10.98%)과 농협은행(3.67%), 한국인프라이(2)호투융자회사(17.5%)가 지분을 보유했다. 한국인프라이호투융자회사는 한국산업은행이 출자한 사실상의 자회사다.

이 과정에서 두산산업개발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입찰에 따른 수주액 감소를 피하고, 사실상 지휘·감독하는 시행사를 통해 막대한 공사이익을 얻었다. 운영에 나서야 할 시점에는 지분을 팔아 다시 매각대금을 얻고 운영에 따른 손실 위험을 회피했다. 신분당선 민자투자사업이 건설 대자본의 ‘노다지’가 된 셈이다.

공사·운영 단계별 ‘다중적 이익 보장구조’

정부의 철도·지하철 민자투자사업이 사실상 건설·금융자본의 먹을거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와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전국철도노조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철도·지하철 민자투자사업 재정분석 연구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연구진은 두산산업개발처럼 철도·지하철 민자투자사업에서 민간자본이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를 ‘다중적 이익 보장 구조’로 정의했다. 두산산업개발이 다른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행사를 차리고 민자투자사업을 수주하는 게 첫 단계다. 공사비를 아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민간투자사업의 입·낙찰 통계를 보면 컨소시엄 구성의 ‘힘’이 드러난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의 민간투자사업 평균 입찰자는 1.9곳에 불과했다. 수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나마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은 3.8곳으로 높지만 사업수가 31개인 BTO 방식과 비교해 5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업유형별로 보면 민간업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사업을 수주하는 경우가 많은 민간제안사업이 24개로 정부고시(12개)보다 많았다. 민자투자사업에서 경쟁입찰은 사실상 허상인 셈이다.

적정한 공사비가 책정됐는지도 의문이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과거 대구-부산 민자도로 당시 도급내역과 실행원가를 분석한 결과 실행금액은 9천766억원으로 전체 공사비 1조7천360억원의 56.3%에 불과했다”며 “사업시행 이득규모는 7천594억원으로 도급내역서상 이윤인 1천48억원의 5.2배”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독입찰로 경쟁이 제한됐고 공사비에 대한 검증시스템이 없어 민간사업체가 제안한 가격을 그대로 협약체결시 수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은 사업시행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금융투자자 시행사에 돈 빌려주고 원리금 편취

공사 이후 건설사가 시행사 지분을 정리하는 형태로 추가이윤을 얻은 뒤 운영에 따른 위험을 해소하는 게 두 번째 단계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게 금융투자자다. 금융투자자는 지분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운영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운임과 정부 보조금으로부터 원리금을 가져간다. 공사비 공급 압박 없이 운영 과정의 과실을 따먹는 셈이다. 연구진이 9개 민자투자사업 노선을 분석한 결과 6곳에서 금융사업자가 지분을 가져갔고, 이 가운데 4개 노선은 금융투자자 지분율이 50%를 넘겼다.

연구진은 민자투자사업보다 공공사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은 “광역망 투자에 대한 공공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공공철도와 노선, 기지 등을 공용해 공공이 진행하는 게 유리한 광역철도 노선에 정부 재정을 집중 투입해 공공철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