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박홍배(51·사진) 금융노조 위원장이 재선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임기 3년을 보낸 박 위원장은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아래 다시 3년의 임기를 보내게 됐다. 박 위원장은 앞선 3년을 “부활을 준비한 시기”라고 규정했다. 활력을 찾고 정책을 짜는 시기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3년은 어떨까. <매일노동뉴스>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박 위원장을 만났다.

정권교체로 ‘윤석열 시국’ 재선 배경 중 하나

- 재선 소회는.
“정권교체가 배경이 됐다고 본다. 앞선 임기 동안 부족한 점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이 진행되는 와중의 3년 임기라 활동 제약도 컸다. 그럼에도 경선이 아닌 단독후보로 선거를 치른 것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금융노조가 단결력을 강화해 대산별 투쟁에 매진하라는 요구로 생각한다.”

- 앞선 임기를 총평하고 성과를 짚어 본다면.
“금융노조 부활을 준비한 시기다. 부활에 이르렀다고는 못 한다. 그럼에도 (금융노조가) 안팎으로 침체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던 것을 극복하고 일하는 노조를 만들어 달라는 지부의 요청을 받아 탈바꿈하는 시기였다. 임기 첫해인 2020년은 금융노조 창립 60주년, 산별전환 20주년이었다. 이에 발맞춰 금융노조 산별전환의 의미와 현재,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강조된 건강권 보호와 (퇴근 뒤 SNS 업무지시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 재택근무, 직장내 괴롭힘 같은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단체협약 조항도 2020년과 지난해 신설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폐쇄 대응을 위해 점포 폐쇄시 고객보호 조치를 우선하는 등의 공공성 강화도 단협에 담았다.

오랜 산별 연대임금 전통을 코로나19 확산 가운데 발현해 취약노동자 생활지원에 보태는 연대임금 노력을 했고, 이를 인정받아 한국노총 단위 최초로 전태일재단 노동상과 고려대 노동대학원 노동문화 대상을 수상했다. 내적으로는 2개 지부가 신설했다. 10년 만에 금융노조 노동대학도 부활했다. 파업도 6년 만에 진행했다.”

- 6년 만의 파업을 이끌면서 지부위원장·산별위원장으로 모두 파업을 조직한 경험을 갖게 됐다.
“그렇게 됐다. 파업을 하는 노조나 노동자도 어려움이 크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조합원 임금손실과 인사상 불이익, 손해배상소송 청구 같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지만 파업을 하는 공간 자체는 노동자에게 해방구 같은 자유로운 시공간적 체험을 제공한다. 노사의 힘이 대등하지 못한 상황에서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은 노동자 최후의 보루다. 밖을 보라. 대정부교섭시 법률이나 행정권으로 노동자를 몰아세울 때 남는 방법은 파업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조를 악의 축처럼 몰아세우고 있고 노조나 파업이 곧 악이고 범죄인 양 취급한다.

잘못된 노동개악에 나서지 말고 진정한 노사 대등성을 확보하는 시도가 중요하다. 파업으로 국한해 보면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줄이고 필수유지업무 확대 강요를 사용자가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노사 대등성 확보를 위한 대체인력 허용 같은 말은 어불성설이다.“

제2 저축은행 사태 우려

- 금융노동자로서 현재의 경제상황을 진단한다면.
“현업의 동료에게 지속해서 경보음을 전해 듣고 있다. 현장은 위기를 대비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경착륙 우려가 크고 가계부채 부담이 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1%대인데, 이는 정부가 처방 없이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을 개혁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데 말도 안 된다. 지주사를 낀 금융회사는 그나마 버틸 힘이 있겠지만 나머지는 어렵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할 우려도 있다. 금융노조 산하에는 보증기관들이 그 충격에 영향을 입을 수 있다. 이미 보증에 부실이 생기고 있다는 현장 이야기가 들린다. 조달과 운용 구조가 취약한 지방은행도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노조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한국은행에 지방은행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 경제위기 아래 노조의 대응은.
“정부에 금융의 공적기능을 강화하고 적극적 역할을 주문할 것이다. 국책은행 민영화나 우량자산 시증은행 이관, 한국산업은행 지방 이전 같은 위기 해법에 역행하는 정책을 즉각적으로 폐기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금융당국과의 정책협의체도 노사정이 만나는 테이블로 작동할 수 있다면 지속해서 개최를 요구할 것이다.”

- 재선 임기 동안 위원장으로서의 정책과제와 계획은.
“정부 공공기관 민영화 정책을 바로 잡고 금융 공공성도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서 2021년 거대IT기업(빅테크) 편향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저지한 경험이 있다. 마찬가지로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대해 논의와 토론을 통해 막아낼 것이다. 산업전환에 따른 금융노동자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금융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한 점포폐쇄 중단, 노동자 경영참여 확대도 추진할 것이다. 이 밖에도 저출생 고령화 문제와 직결한 성평등 단협조항 강화와 임금피크제 폐지, 국제노동기구(ILO) 98호 기본협약 준수를 촉구할 것이다.”

-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에 당선했다.
“부담이 크다. 한국노총은 2011년 12월 통합민주당 합당 주체 중 하나로 참여해 민주당과 항구적 정책연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노동위는 한국노총의 노동정치 창구이자 가교다. 2월 전국노동위를 출범하면서 현장 중심으로 활동할 2기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을 구성할 것이다. 이를 마무리하면 주요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시도당노동위원를 순회하면서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대응 방안을 찾고 실천과제를 추려 민주당과 한국노총이 노동개악 연대 투쟁을 하도록 계획할 것이다.

- 앞선 임기에도 민주당 최고위원을 겸직했다.
“여야가 바뀌어서 부담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노동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그대로 이어 가고 있다. 이런 정부 아래 타협 또는 절충점을 찾는 게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법으로는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연대 활동이 중요하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노동시간 연장? 과로사 조장·노동역사 역행시도

- 노동시간 연장 시도는 어떻게 보나.
“과로사 조장 정책, 노동역사를 거스른 정책이다. 정부는 법을 고치거나 시행령으로 개정하려 할 것이다. 산별 단체협약으로 막아낼 것이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계속 추진하겠다. 각국은 40시간 미만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다. 금융권도 주말 영업을 확대하는 대신 노동자는 4일만 일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산별교섭에서 제안하겠다.”

- 최근 시민들의 반노조 인식이 깊다. 어떻게 생각하나.
“안타깝다. 나도, 내 자녀도 노동자로 살 가능성이 큰 사회다. 노동하는 시민으로 살 텐데 노동을 경시하고 혐오하는지…. 가장 큰 원인은 정부다. 정부가 몰아간다. 새해 벽두부터 노조를 3대 부패라고 말하고 있다. 광고주의 입맛에 따라 노조 파업을 부정적으로만 묘사하는 언론도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대통령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언급했으니 그렇다면 산별교섭 활성화를 위한 지원부터 검토하라.

- 조합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일상에 필요한 게 노조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 정기대의원대회 기간에 여러 현장 대의원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래 못 만났다. 노조가 열심히 하겠다. 노조 지도부도 역할을 다하겠다. 그러니 간혹 노조가 손을 내밀면 정말 조합원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니 그 손을 잡아 달라 부탁을 드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