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만화가협회·웹툰작가노조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에서 만화계 표준계약서 개악 개정안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소희 기자>

웹툰 상생협의체의 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표준계약서 개정안이 웹툰 작가들 반발에 부딪혔다. 이들은 개정안에 창작자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계약 유형부터 전면 재검토 필요한 수준”

웹툰작가노조(위원장 하신아)와 한국여성만화가협회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웹툰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문체부는 외부 업체의 연구용역으로 개발한 웹툰 표준계약서 개정안 설명회를 가졌다. 기존의 표준계약서가 변화한 업계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표준계약서 개정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웹툰업계의 공정한 계약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사·정이 모인 웹툰 상생협의체의 논의와 지난달 체결된 ‘웹툰 생태계 상생 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을 바탕으로 표준계약서 개정안이 연구됐고 결과물이 지난달 공개된 것이다.

웹툰작가노조는 표준계약서 개정안의 계약 형태부터 문제라고 분석했다. 현재 웹툰시장은 플랫폼-제작사-창작자로 3자 이상의 다중 계약구조가 주를 이룬다. 작가의 수익에는 플랫폼과 제작사 사이의 계약도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플랫폼과 제작사 간 계약, 플랫폼-제작사-창작자 3자 간 계약으로 계약 형태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계약서는 창작자와 서비스업자(플랫폼으로 추정) 간 계약으로만 한정돼 있다. 하신아 위원장은 “작품의 생산구조가 다양해지는 만큼 창작자 오리지널 작품, 제작사 기획 작품 등으로 작품 유형을 구분해 계약을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현장의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의 유형을 어떻게 구분할지, 즉 원점부터 다시 연구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이 정산 정보를 공개할 의무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서술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표준계약서 개정안에는 “서비스업자인 갑은 연재 내용, 대가 계산 내역이 기재된 정산서를 제공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항목은 현재 작가들이 받는 정산서에도 기재된 것으로 유·무료 조회수, 코인당 금액 등 세부적인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문체부, 초안 대외비로 지정하고 소통 막아”

노조는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문체부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처음으로 발표하는 설명회에서 해당 내용이 ‘대외비’로 정해진 데다가 현장에서 질문을 차단하는 등 이의제기를 할 소통 창구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 위원장은 “그동안 개정 표준계약서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자는 창작자들의 요구가 무시된 결과 개정 초안은 실용성이 떨어지고 독소조항으로 가득차게 됐다”며 “문체부는 12일 2차 설명회를 예고했는데 현 개정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문체부가 제시한 이번 표준계약서 초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에서 중개거래계약서(표준계약서)에 담아야 한다고 밝힌 (기본적인) 내용이 빠져 있을 뿐 아니라 계약 당사자 간 분쟁이 발생할 때 절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과거 국토교통부가 대리운전노조와 수십차례의 교섭과 논의 끝에 만들어 낸 표준계약서와 달리 이번 문체부 표준계약서는 당사자와 소통하지 않아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안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전면 재논의할 것 △창작자 조직의 연구용역 참여 및 간담회 개최 △미조직 창작자를 위한 비대면 간담회 등을 문체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 연구용역기간은 이달 말까지로 아직 연구단계에 있어서 표준계약서 초안을 대외비로 한 것”이라며 “지난 1년동안 상생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소통의 의지는 충분히 있었다. 현재 완성된 표준계약서가 아니고 개정안은 언제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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