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보다 더 어둡다.”

금융노동자들이 바라본 올해의 경제정세다. 국제적인 경제주기가 이미 하강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를 완화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국내 경제적 여건은 없다시피 하다.

사무금융노조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사무금융 교육원에서 송두한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초청해 경제정세강연회를 열었다. 노조가 금융·경제를 주제로 정세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금융노동자가 피부로 느끼는 위기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미국 주택가격지수 2009년 근접, 국제무역은 둔화

세계 주요국은 각각의 경제상황으로 신음하고 있다.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는 곳이 미국이지만 부동산 거품이 감지된다. 송 부원장은 “붕괴와 조정의 갈림길”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는 2004년을 100점으로 볼 때 213점에 달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직전 주택가격지수는 175점 수준이었다.

국제교역도 둔화했다. 2021년 기준 국제 교역액은 44조달러로 가장 높지만 명목GDP 대비 교역비중은 46%로 2009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 실크로드가 활력을 잃었다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특수성을 띠고 있다. 부채의 구성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부채압박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구성을 살펴보면 성격이 좀 다르다. 송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2021년 기준 가계부채는 GDP대비 106.6%다. 그러나 금리인상 러시를 시작한 미국은 78%다. 대신 미국은 정부부채가 122.2%다. 우리나라는 45.9%다.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 현상은 금리인상 취약성으로 귀결한다. 정부가 집계하는 가계부채는 2021년 기준 1천859조원이다. 여기에 기업부채로 분류하지만 사실상 가계부채인 개인사업자부채와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규모는 3천12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 GDP 대비 161%에 달한다.

중소기업부채 1천조원, 실물·금융경제 위기 임박

기업부채도 문제다. 중소기업의 부도 우려는 2009년에 근접했다. 중소기업 부채는 2015년 609조원에서 지난해 994조원으로 늘었다. 송 부원장은 “2014년 대기업 14곳 구조조정 후 대기업 부채가 같은 435조원(2015년)에서 469조원(2022년)으로 유사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부도스프레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6.2%) 수준에 근접한 5.9%라고 강조했다.

송 부원장은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 묶여 돈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곳간 걸어 잠근 채 시민 곳간을 털어먹은 셈이다.

이외에도 문제는 산적하다. 부동산이 특히 문제다. 쌓이는 미분양은 가격 하락을 낳고, 가격 하락은 다시 미분양을 부추겨 다시 가격을 끌어내린다. 지표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부동산에 대규모 대출을 실행해 온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산하면 금융과 실물경제가 모두 붕괴할 우려가 크다. 단순 예상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진단이다. 송 부원장은 “레고랜드가 이런 금융위기 도래 시기를 단축하고 강도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대안은 몇 개 있다. 다만 전반적인 경제의 주기를 끌어 올리거나 반등하기에는 어렵다. 고통분담 혹은 안정 대책 수준이다.

우선 한국은행의 개입을 촉구했다. 송 부원장은 “위험채권을 직접 인수해 한계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 잔치를 벌이던 금융권에 국세를 투입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살려 놓고 따지자”는 입장이다. 이 박에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부동산PF) 정상화은행(배드뱅크)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전 국민 지원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종의 재난지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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