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희 기자

7일 오후 1시40분 대통령실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서울지하철 신용산역 6번 출구. 차량 17대가 집결했다. 차량 앞뒤에는 ‘주 90시간 과로사 부추기는 윤석열 노동개악’ ‘비정규직 이제그만! 노조법 2·3조 개정!’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었다.

차량 양쪽 백미러 앞에는 노란 깃발이 꽂혔다. 깃발에는 ‘진짜 사장 책임지게 ’ ‘노조법 2·3조 개정’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날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차량행진이 예정된 날이었다. 신용산역 6번 출구와 충정로역 1번 출구, 신도림역 5번 출구 세 곳으로 나눠 집결했다. 세 그룹의 목적지는 모두 국회의사당 앞.

신용산역 6번 출구 앞에 모인 노동자들은 출발에 앞서 발언을 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에서 7년간 블라스팅 작업을 해 온 장호철씨는 “저와 동료 38명은 4대 보험 적용을 요구하면서 작업 거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장씨는 “회사는 우리를 사장이라고 한다”며 “회사가 작업지시하고, 출·퇴근과 급여를 관리하는데 어떻게 사장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하다 다쳐도 산재처리가 되지 않고, 실직을 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며, 퇴직금도 없다”며 노조법 2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회사는 민사상의 책임과 손해배상 등을 강조한 협박성 문자를 보냈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노조법 3조 개정을 촉구했다.

박성희 전국학습지노조 구몬지부장은 2018년 6월 학습지 교사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 지난해 ㈜교원구몬이 교섭을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언급했다. 박 지부장은 “그럼에도 사측은 교사들의 노동 3권을 부정하고 교섭에도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후 2시25분, 차량들이 국회의사당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찰의 요구로 차량을 다섯 대씩 끊어서 운행했다. 주말의 서울 도심 거리는 막혔다. 시위차량들도 거북이 행진을 했다.

오후 3시20분. 그제서야 차량이 하나둘씩 국회의사당 3번 출구 쪽으로 모여들었다. 트럭으로 만든 무대가 마련돼 있었다. 경찰은 도착하는 조합원들에게 2열로 맞춰서 대라고 요청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늦어지는 차량들을 기다렸다. 신용산역 대열이 도착하고 13분 뒤에 신도림역 출발 차량이 도착했다. 그리고 7분 뒤에 충정로에서 출발한 차량이 들어왔다. 무대에 오른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진짜 사장에 맞서 싸우는 우리 비정규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악을 막아 내고 노조법 2·3조 개정을 쟁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26분부터 1분 동안 차량들은 동시에 경적을 울리고 해산했다.

이날 차량행진에는 차량 100여대, 170여명이 모였다고 주최측은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