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대법원 2022. 12. 16. 선고 2018다286628 판결

▲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
▲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

1. 사실관계

원고들은 강원 삼척시 소재 삼표시멘트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2014년 5월께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에 가입해 지부를 결성한 후, 같은해 6월께 위장도급 및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태백지청은 2015년 2월13일 원고들이 소속돼 있던 하청업체와 삼표시멘트와의 관계가 위장도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삼표시멘트가 소속업체 근로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통보한 바 있다. 이러한 노동부의 판단은 불법파견을 넘어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그런데 노동부의 판단이 나온 당일 삼표시멘트는 자신의 하청업체이자 원고들이 소속된 업체였던 동일㈜에 도급계약 해지 통보서를 보냈고, 같은달 17일 동일㈜는 원고들 중 자신의 소속 근로자들 100여명에게 해고를 통지했다. 그 후 원고들은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 1심 판결의 요지

1심 재판부는 삼표시멘트가 원고들이 소속됐던 하청업체의 인사·급여 등 전반을 관리함으로써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등에 영향을 미친 점은 인정하면서도, 하청업체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해, 원고들과 삼표시멘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하청업체의 인사권, 임금결정, 작업현장에서의 지휘·감독,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배치권, 근무시간, 근태, 휴가 등에 대한 관리의 측면에서 근로자들의 근로관계의 실질을 볼 때 원고들과 삼표시멘트 사이에는 파견근로관계는 성립한다고 봤다. 따라서 재판부는 파견근로관계 인정에 따른 효과로서 고용간주된 근로자들에게는 근로자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고용의무가 인정되는 근로자들에게는 삼표시멘트로 하여금 원고들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했다. 또한 삼표시멘트는 원고들에게 임금차액 내지는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3. 항소심 판결의 요지

항소심에 이르러 원고 1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회사와 합의해 소를 취하했는데, 혼자 남게 된 원고는 1심에서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액이 인정된 기간 이외의 기간에 대해 추가로 그에 대한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1심에서와 달리 청구취지를 변경해 주위적 청구로 사실적 근로계약관계설 내지 직접고용법리설에 따른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고, 고용의무 위반에 따른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액 청구를 오히려 제2예비적 청구로 하고, 제1예비적 청구로 파견법 21조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주장하며, 소 제기시로부터 3년을 넘는 기간인 자신의 입사시점인 2011년 8월부터 퇴사시점인 2017년 10월까지의 임금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액과 위자료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판결은 먼저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대해서는 사실적 근로계약관계설 내지 직접고용법리설에 대한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원고의 주장은 원고가 피고의 직접적인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원고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묵시적인 근로계약을 주장하지 아니한다는 것이어서(원고는 항소심 초반에 조속한 결론을 위해 노동조합의 의사를 고려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주장을 철회했는데, 피고가 항소심에서 소취하서를 제출해 원고가 주위적 청구 자체를 철회하게 되면 소의 교환적 변경으로 항소 자체가 취하되는 효과가 발생해 소송이 종료되므로 주위적 청구를 유지하기 위해 주위적 청구는 유지하면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아닌 사실적 근로계약관계설 내지 직접고용법리설을 근거로 주장했다) 원고의 주장을 더 나아가 살피지 않아도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제1예비적 청구인 파견법 21조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는 파견법 21조1항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에게 임금차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교롭게도 이 사건에서 피고는 2013년 10월17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고 2014년 3월18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사실이 있어, 실제 원고가 주장한 소 제기시부터 3년을 넘는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에 기해 생긴 회생채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실권된다고 봤다. 한편 대상판결에서 원고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위자료 지급도 청구했는데, 재판부는 원고에게 임금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이 이뤄짐으로써 정신적 손해는 회복된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4. 대법원 판결의 요지

항소심 판결에 대해 피고는, 파견법 21조1항은 차별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모두 규정하고 있으나, 차별이 발생한 영역·귀책사유 여하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의 주체를 판단해야 하고, 임금차별은 파견사업주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 사용사업주에게는 적극적으로 공모하거나 가담한 사실 또는 귀책사유가 존재하는 등의 사정이 인정돼야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으므로, 결론적으로 원심에는 파견법 21조1항의 차별금지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주체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용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 차별을 받은 파견근로자에게 그러한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적정한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피고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5. 판결에 대한 비평

종래 도로공사 사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판결)에서는 사용사업주에게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기 이전 기간에 대해서만 파견법 21조를 위반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고, 직접고용의무 발생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종전 사건들과 같이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었다. 이번 삼표시멘트 사건 대법원 판결은 직접고용의무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하청업체 근로자가 근로한 전 기간에 대해 파견법 21조를 위반한 불법행위 책임을 사용사업주에게 묻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적용해 손해배상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그동안 여러 재판을 통해 주로 사측에서 파견법 21조의 차별금지의무를 사용사업주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반복해 제기돼 왔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파견법 21조상 차별금지의무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가 부담한다는 사실을 2020년 도로공사 판결 이후 재차 확인해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판결에서는 최초로 불법파견 사건에서 원고가 6년치의 임금차액을 청구했으나 하필 피고가 회생절차를 거치다 보니, 실제적으로 3년을 넘어 그 이전의 기간까지에 대한 임금차액이 인정되지는 못했으나(그 기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채권의 존재는 인정받았으나,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해당 채권은 실권됨). 법리적으로는 원고의 전체 파견기간에 대해 파견법 21조 위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받음으로써, 파견근로자의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 대상 기간을 전체 파견기간으로 확장시킨 최초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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