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노총

신임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 루카 비센티니가 부패 혐의로 벨기에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주 벨기에 경찰이 전직 유럽의회 의원과 비센티니 사무총장을 포함해 이탈리아인 네 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서 드러난 노동인권 문제와 관련헤 카타르 정부를 위해 유럽의회에 로비를 하면서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벨기에 연방경찰이 관련자들의 거처를 비롯한 여러 곳을 수색한 결과 카타르 정부의 뇌물로 의심되는 수십만 유로의 현금뭉치가 발견된 것으로 보도됐다.

BBC에 따르면 벨기에 경찰은 그리스 사회당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인 에바 칼리의 거처에서도 150만유로의 현금을 압수해 그녀의 뇌물사건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당국이 아테네에 있는 칼리 의원과 가족의 자산을 동결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의회는 에바 칼리의 부의장 자격을 박탈했으며 그리스 사회당은 그녀를 출당시켰다.

방송인 출신으로 정계에 진출한 칼리 의원은 변호사를 통해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으며 카타르 정부의 뇌물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카타르와 관련된 모든 움직임과 접촉과 입장은 유럽연합의 공식 정책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 금요일까지 모두 여섯 명이 구금되거나 조사를 받았으며, 비센티니 ITUC 사무총장은 조사를 받은 후 풀려났다. 지난 11월 ITUC 사무총장으로 당선될 때까지 유럽노총(ETUC)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루카 비센티니는 유럽의회 의원들이 카타르 정부를 위한 로비를 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사무총장이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고 풀려난 사태와 관련해 ITUC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모든 형태의 부패에 대해 무관용을 약속한다”며 다음주에 이 문제를 다룰 특별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ITUC는 “카타르에 대한 사업은 처음부터 전적으로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카타르를 비롯한 다른 주체가 ITUC의 입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제안은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ITUC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가 부패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ITUC가 지난 11년 이상 카타르의 노동법 개혁을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TUC는 “카타르에서 이루어진 법적 개혁을 환영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함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경찰에서 뇌물수수 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루카 비센티니 신임 사무총장은 “나는 어떠한 잘못도 없으며 결백하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형태의 부패도 용납할 수 없으며 부패와의 싸움에 절대적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월드컵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터져 나온 이번 사건을 두고 카타르 정부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수사라며 뇌물 제공 의혹을 부인했다. 월드컵 시설을 건설하면서 드러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안전보건 문제와 관련해 국제노총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카타르 정부를 비판하고 문제 개선을 촉구해 왔다.

이번에 체포된 칼리 의원은 지난 11월 카타르의 인권 상황이 개선됐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유럽의회가 채택하는 데 앞장선 바 있다. 비센티니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탈리아인 네 명도 불법 로비를 통해 유럽의회가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을 종합하면 카타르와 도하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인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반이스라엘 입장을 가진 유럽의회 좌파 정치인들에 대한 로비를 펼쳐 왔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이후 커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 그리고 유럽과 러시아의 충돌 국면에서 중동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유지해 왔던 서방과의 우호관계를 변화시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경향이 커졌다.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임 사무총장이 부패와 돈세탁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벨기에 경찰의 주장으로 ITUC는 2006년 창립 이래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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