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의회정치와 안전보건, 로벤스 보고서의 한국적 수용에 대해’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임세웅 기자>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기업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체계로 가야 한다며 정부가 언급한 영국 ‘로벤스 보고서’의 핵심은 “위험 관리 주체로 기업과 노동자를 함께 인정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의회정치와 안전보건, 로벤스 보고서의 한국적 수용에 대해’ 토론회에서 “노동자 참여에 대한 제도적 노력이 취해져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로벤스 보고서는 1970년 영국에서 산업안전 혁신을 위해 로벤스 위원회가 만든 보고서다. 촘촘한 법·규제로는 중대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어 사업장의 자율안전 예방체계 수립을 강조했다. 영국은 이를 수용해 50년간 연 1천명의 사고사망자를 200명대로 줄였다. 현재 영국 안전보건 법제 근간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달 30일 기업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만 정부의 로드맵에는 보고서에서 강조했던 노동자 참여 관련 제도가 없다. 박다혜 변호사는 “노동자 참여에 대한 제도적 노력이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벤스 보고서는 노동자이면서도 감독을 수행하고, 중앙·지방정부 당국 안전감독관과 연락할 수 있는 ‘노동자 안전대표’제도의 도입을 주장한다. 노동자 안전대표는 노조나 조직된 노동자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로벤스 보고서에서 경영진과 노동자가 소통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제가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안전보건과 관련한 문제는 노사 간 이해가 일치하는 속성이 있고, 노동자들은 작업 습관과 현장 지식 같은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경영진과 소통할 근로자대표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근로자대표제를 명시하고 있지만, 노조 대표가 아닌 경우 선출 절차와 권한 등을 제대로 명시한 규정이 없다. 사용자가 편의에 맞는 사람을 근로자대표로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토론회에서는 새로운 안전보건 행정기관 설치 요구도 나왔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장은 발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에 대한 배타적 옹호기관이 필요하다”며 “국가적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입안과 정책이 가능하고, 지원과 규제 행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집행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는 국회 시민정치포럼과 일환경건강센터가 주최하고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주관했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한 박다혜 변호사와 류현철 센터장,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은주 의원과 함께 지난 10월26일 로벤스 보고서를 번역하고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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