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국회 앞에 농성 천막 빼곡하니, 비로소 겨울이다. 거기 온갖 집회와 행진이 많아 시끌벅적하니, 연말이다. 무성하던 잎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처럼 삐쩍 말라 가는 사람들이 둥그런 돔 가까운 곳에서 터덜터덜 기운 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때가 바로 겨울이고, 연말이다. 밥보다 법이 급하다고 여긴 사람들이 가슴팍에 일력을 달고 하루하루를 찢는다. 노조법 개정을 따뜻한 잠자리보다 밥이 중하다고 여긴 사람들이 가슴팍에 핫팩을 끼고 누에고치처럼 실을 짜 그 안에 든다. 밥 짓다 죽지 않겠다고, 급식실 인력 확충과 복지수당 차별철폐를 말한다. 중단하라, 폐지하라, 제정하라, 저마다의 절절한 구호 담은 색색의 현수막이 넘쳐 국회 앞 단풍이 철 지나도록 질 줄을 모른다. 집회 행진하던 사람이 노숙농성 중인 지역 동료를 만나 응원의 5만원을 건넨다. 날 춥다기에 십수만원도 넘는 빵빵한 오리털 침낭을 검색했던 사람은 마트에 파는 3만원짜리 합성솜 침낭을 작은 텐트에 넣는다. 한두 번 해 본 일도 아니라고, 다들 능숙했는데, 찬 바람에 아린 볼이며 손끝의 감각은 매번 새로운 것이어서 핫팩을 끼고 산다. 법치며 불법 엄단이며, 온통 법 얘기만 높아 스산한 계절 겨울이다. 법 짓는 곳 앞마당에 밥 짓는 사람과 배 짓는 사람이, 또 회사 청산을 막으려는 사람이 다 만나 서로를 응원하는 계절이다.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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