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강예슬 기자

직장내 성폭력 피해를 입고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온 대한항공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사측의 처리 태도가 지원적이지 않아 재해자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증이 발생, 악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는 지난달 24일 대한항공 직원 장유정(가명)씨의 요양급여 신청에 “신청상병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장씨는 2017년 직속 상사에게 강간미수 피해를 입은 뒤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 부당한 인사이동이 반복되자 2019년 문제를 공론화 했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 등 문제 해결 방식을 두고 회사와 다툼이 계속됐다. 재해자는 급성스트레스반응·비기질성 불면증·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진단받고 올해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공단은 “2008년 상사로부터 성추행 사건, 그리고 2017년에는 업무보고 과정 중 성폭행 사건을 경험했던 점, 이에 대한 적절한 처리가 사내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부의 처분에 대해 회사가 소를 제기하는 등 회사의 처리 태도 역시 지원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진정, 고소·소송 등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단 인사이동과 업무배제의 경우 명확한 근거가 없어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해 5월 성폭력 가해자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대한항공에 시정지시와 과태료 처분을 했다. 회사는 노동부의 시정지시 사항은 이행했지만 과태료 처분에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과태료 처분은 취소됐다.

고관홍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산재를 신청하는 사건이 많지 않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 노무사는 “회사가 재해자를 도우려면 노동부의 처분을 수용하고 이후 후속절차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회사쪽은 자신들이 가해를 하지 않았다(책임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며 “거기서 발생한 스트레스를 (산재 결정에) 고려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재해자 장씨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7월 “대한항공이 가해자의 사용자로서 그 사무집행에 관해 발생한 강간미수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가해자와 연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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