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영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타율적 규제가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효과가 없었다는 전제에서 영국·독일 등의 선진국과 같이 자율적 규제를 통해 예방 관점에서 산업안전을 구축한다는 것을 큰 방향으로 하고 있다.

중대재해 감축 추진 방향으로는, 위험성평가 강화와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위험성평가를 강화하는 방법으로는 정기감독을 ‘위험성평가 점검’으로 전환하고, 중대재해 수사시에 기업이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충분한 예방 노력을 헸는지를 참작 요인으로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36조에 위험성평가 규정을 둬 사업주에게 위험성평가 실시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미실시에 대한 직접적인 벌칙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로드맵에서는 미실시나 부적정한 위험성평가 실시의 경우 법상 처벌이 가능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벌칙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국에 맞춰 자율적 규제의 방향으로 가겠다는 추진 방향을 고려할 때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하지만 벌칙 규정을 신설해 위험성평가 미실시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실효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위험성평가 관련 벌칙 규정이 없음에도 실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안들에서는 사업주의 위험성평가 실시의무의 중요성이 많이 언급되는데, 지난해 4월 발생한 평택항 사망 사건의 1심 판결에도 이와 관련된 판시가 있었다. 법원은 사고 발생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의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 부분에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사전에 컨테이너 번들작업을 진행하기 전 업무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관리·감독의무를 해태했다”고 판시했다. 작업 전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제대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을 주된 주의의무 위반 사항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위험성평가는 작업 전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전단계로 평가된다. 실제로 사고 발생은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들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위험성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은 재해예방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로드맵은 또 다른 중대재해 감축 추진 방향으로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안전수칙 위반이나 보호구 미착용 등도 재해발생의 상당한 원인이 되고 있고, 실제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큰 위험에 처하는 것은 근로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를 단순한 안전보건 보호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주체로서 현장의 안전보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현장과 가까운 근로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위험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재해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사업장 자체적으로 안전보건관리 규정을 수립·정비해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등 참여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 제재하거나, 안전개선 제안을 활성화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한 근로자에게 포상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부의 이번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작동하도록 만들어 안전문화를 내재화 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여전히 한국의 기업 및 구성원들의 안전의식이 미성숙하다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법적 제재를 이익환수 등의 방식으로 완화하는 방향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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