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법원이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923명과 현대제철 간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소 제기 7년여 만이다. 당진공장 노동자가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후 소송을 제기해 1심 계류 중이 1천200여명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내운송, 전기정비 등 전 공정 망라 불법파견”

인천지법 민사1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1일 오후 사내하청 노동자 925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만 60세 정년이 지난 2명의 소는 구제이익이 없다며 기각했다.

이날 판결은 1·2차 집단소송 건으로 현장검증과 8번의 변론기일을 거쳐 선고됐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는 2016년 1월 현대제철이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했고,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당초 소 제기자는 1천583명이었는데 658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소를 취하했다. 취하자 대부분은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이 설립한 자회사 입사를 위해 소 취하·부제소 확약서를 썼던 이들이다.

선고 직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비정규 노동자가 하고 있는 압연·냉연·제강·재선·연주부터 크레인·기계정비·전기정비·연료 또는 부연료의 구내운송까지 전체 공정을 망라한 불법파견 소송이었다”며 “모든 공정에서 원청의 작업지시에 따라, 원청의 전자시스템(MES)에 따라 실시간, 구체적, 개별적인 작업지시가 이뤄지고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주장한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차 최초 소 제기자 3천630명
자회사 설립으로 1천500여명 취하

이번 판결 결과는 예견됐다. 대법원이 지난 7월 포스코 노동자 59명의 불법파견 판결을 확정하면서 제조업체에서 활용되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원청의 주요한 작 지시 수단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MES를 통해 지시받아 작업을 수행했고,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라고 판시했다.

인천지법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불법파견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구내운송을 포함한 일부 공정의 불법파견도 인정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2월 현대제철이 당진공장 비정규직 749명을 불법파견했다고 보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해 현대제철은 불법파견 소지가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했는데, 당시 구내운송 노동자는 노동부 불법파견 시정명령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지원 자격을 주지 않았다.

송 변호사는 “전자시스템도 중요한 지휘·명령 중 하나지만, 그 외에 무전을 통한 작업지시 등 전통적인 작업지시들이 원청의 구속력 있는 작업지시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3·4·5차 집단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5차 소송인단은 2천명이 넘었지만,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으로 일부 인원이 빠져 나가 1천100여명이 남았다.

“현대제철은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송영섭 변호사는 “3~5차 소송 역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동료들의 사건”이라며 “신속하게 재판이 이뤄져 빠른 권리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제철은 노동부 시정명령 이후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했고, 5천300여명의 노동자 중 3천500여명의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자회사로 가야 했다”며 “이번 결과로 현대제철은 그동안 진행된 소모적인 논쟁과 다툼을 종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성 노조 부위원장은 “현대재벌은 더 이상 책임을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며 “현대제철은 즉각적으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57명은 1차 집단소송에서 2심까지 승소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3차 소 제기자 258명은 올해 7월21일 6년 만에 1심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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